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12.3 비상계엄사태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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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은 1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해 관저농성을 벌이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국가를 위해서도, 대통령 자신과 지지자들을 위해서도 대통령 스스로 걸어 나오는 것이 최선”이라며 “아무리 반격을 하더라도 비상계엄이라는 수단을 통해 국회를 침탈한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반드시 처벌되고 탄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학계 일각에서 분출되는 개헌론에 대해선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 권한이 너무 강한 대통령중심제에서 독선적 리더십이 빚은 오판인 만큼,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개헌은 필요하다”면서도 “(윤 대통령의 버티기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개헌은 지금 논의할 주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불거진 ‘대선 도전설’을 두고선 “국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터에 국회를 잘 챙기는 일이 중요하다. 제 임기는 2026년 5월29일까지다”라고 못박았다.
‘12·3 내란’으로부터 40여일이 지났지만, 우 의장은 그날을 생각하면 여전히 ‘아찔함’이 몰려든다고 했다. 그는 “계엄군을 피해 서둘러 국회에 도착했을 때 진입을 막는 경찰에 항의하다 잡혀갔다면,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존중하지 않았다면, 계엄해제 뒤 국회를 지키지 않고 국회의장 공관으로 돌아갔다면 어찌 됐을지 아찔하다”고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우 의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체포해 감금하려던 계획들이 내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계엄해제 요구안 의결 뒤 윤 대통령과 내란 수뇌부가 합동참모본부 결심지원실에서 계엄법과 국회법을 검토한 사실, 서울 한남동 의장 공관에 계엄군을 보낸 사실도 나중에 확인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원식 국회의장 인터뷰 전문
–비상계엄 이후 40여일이 지났다.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았다. 가장 기억엔 남는 순간은.
“국회의장 한 지가 이제 7개월 조금 넘었는데 몇 년쯤 한 것 같다. 역시 비상계엄 해제 당시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두 개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 있을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12월3일 밤에 비상계엄을 해제시킬 때 우리 국민들이 그 긴박한 순간에 국회 앞을 지켜주고, 190명의 국회의원들도 2시간도 채 안 채 안 걸려서 국회로 모였다. 계엄군들이 국회 안으로 들어오고, 절차를 거쳐 비상계엄을 해제할 때 제가 속이 얼마나 탔겠나. 그렇지만 절차는 잘 지켜야 된다 생각하고 계엄을 해제할 때가 아주 짙게 인상에 남았다. 12월14일 두 번째 탄핵안을 가결할 때, 그 전날부터 200만 명(주최쪽 추산)의 우리 국민들이 국회 앞을 지켰다. 나도 그렇게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인 건 처음 봤다. 그날 국회를 돌다가 의원회관 꼭대기에 올라가서 인파를 확인했다. 그 장면을 보고 들어와서 ‘오늘은 꼭 통과돼야 할 텐데’ 하는 마음가짐이었다. 가결되는 그 순간을 인생에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만 해도 압도적 민심 앞에 내란국면이 진정되는 듯 보였으나, 최근 일련의 ‘반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 일은 오래 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본질은 비상계엄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대통령이 계엄군을 무장시켜서 국회를 침탈한 사건이다. 아무리 반격을 하더라도 이 본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경호처를 앞세워 지금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체가 생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오래 가지 못할 일이고, 반드시 처벌되고 탄핵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온 데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지금 권한대행이 해야 될 일은 명백하다.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잘 지켜내고 헌법과 법률의 절차대로 하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불안정성과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일이다. 계엄 직후 1403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1442원으로 치솟고, 계엄을 해제하니 1410으로 떨어졌다. 단적인 지표다. 최 대행은 경제 수장으로서 이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경호처에 윤 대통령 체포 협조 지시를 내리고, 내란 상설특검의 특검을 추천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두 명이라도 임명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나머지 한 명을 조속히 채워야 한다. 국회의 재판관 추천권을 무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탄핵심판을 받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정당히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해 ‘9인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대통령 스스로 걸어나오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을 냈다. 반면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방문 조사’를 언급했다. 최선의 해법이 뭐라고 보나.
“수사기관이 조사를 받으라고 한 시기가 있었잖나. 이미 시기를 놓쳤다. 검찰에서도 세 번 소환했고 공수처에서도 두 번 소환했으니 그때 했었어야 한다. 스스로 ‘법적 책임을 내가 다 지겠다’고 하지 않았나. 수사기관이 소환할 때 ‘제3의 장소에서 하자’고 하는 등의 응답을 할 수도 있었으나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래서 법원이 체포영장을 내준 것이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경찰에 출석하며 ‘내가 경찰 출신인데 경찰 소환에 어찌 안 나오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 직무는 정지됐지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인데 어떻게 우리 헌법과 법률의 절차를 무시하고 영장을 거부하나.”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하지 않은 것이나 상설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지 않은 데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등 역대 어떤 국회의장보다 적극적으로 정국 상황에 개입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의장이 적극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국회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지금은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45년 전 비상계엄이 선포돼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나. ‘80년 광주’를 보면서, 군홧발에 국민들이 희생되는 그런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민주주의 질서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국회의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계엄 당일 국회로 달려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방치하면 우리 국민이 치를 희생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헌법재판관 임명과 상설특검 추천도 마찬가지다.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정치와 경제를 지키고 민생을 지키려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이걸 안하면 나중에 내가 심판당한다.”
–여당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야당에 경도된 게 아니냐고 비판한다.
“이해할 수 없다. 여야가 협의하다 합의가 안 되면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나? 국회의장의 중립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여당의 편도 야당의 편도 아니고, 국민의 편이라는 취지다. 22대 국회를 구성해준 국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 그걸 보는 것이다. 국회 개원 뒤 야당에서 굉장히 많은 국정조사 요구안을 가져왔지만 (‘내란 국정조사·채 상병 국정조사’를 제외하고) 내가 수용하지 않았다. 국민적 동의가 그만큼 무르익은 일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봐서다.”
–‘내란 특검법’ 역시 여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야당이 정부의 입장을 수용해 대폭 수정한 특검법안을 새로 발의했는데 여당은 추가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야당이 상당히 양보한 것은 맞다. 일단 내란 특검을 하자는 데엔 여야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여당도 지난번에 ‘제3자 특검을 하자’고 했고 본인들도 법안을 내겠다고 했다. 여야 간에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니까 협의하는 걸 좀 더 지켜볼 계획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8년 만에 또 대통령 탄핵심판을 보게 됐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지나치게 독단적이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독선적 리더십에서 나온 오판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 그의 공통점은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권한이 지나치게 강한 면이 있다. 권한을 잘 사용하면 괜찮지만, 국민을 무시하고 본인 생각대로만 하려고 하는 리더십을 만나면 제어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헌법도 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1987년 이후 38년이 지났다. 사회가 격변하는 시기였다. 법이라는 게 길을 만드는 일이고 헌법은 가장 큰 대로인데 38년 동안 그 큰 대로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를 포함해 우리 사회의 여러 병리적 현상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본다.”
–개헌의 구체적 방향은.
“권력 구조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개헌이 돼야 하고, 불공정·불평등을 비롯한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하는 개헌, 중앙의 권한을 줄이고 지방의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으로 가야 하는데 문제는 지금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은 지금 논의할 주제가 아니다. 이 불확실성이 좀 걷어지고 우리가 안정적으로 앞길을 헤쳐나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면 그때 논의해야 한다.”
–내란 정국에서 국회가 국민에게 재평가를 받게 된듯 하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지만 지금까지 국민들의 뜻이 제대로 모였는지 생각해 보면 그렇지 못하다.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문제일 수도 있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에 민주주의가 훼손되면서 국회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 민주주의를 다시 살려낼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곳이라는 것이 국민들에게 새롭게 인식된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목숨을 내던져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감내하며 계엄 해제를 의결하는 과정을 보며 국민들이 국회의 아주 원초적인 역할을 이번에 확인했다. 칭찬을 받으면 고래도 춤춘다. 이럴 때일수록 국회의원들이 민심 속으로 더 들어가야 한다. 비상계엄 이후 일련의 사태가 해소가 되고 안정성이 확보되면 국민 삶 속으로 들어가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내란 사태 속에서 국회의장의 리더십이 관심을 모았다. 국회의장을 넘어선 역할도 고민하고 있나.
“국회의장에 대한 기대라는 측면도 물론 없는 건 아니겠지만 국회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커진 것 같다. 의장에 선출됐을 때 ‘이변’이라고들 했다. 그렇게 노력해서 국회의장이 됐고 국회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 터에 국회를 잘 챙겨야 하는 일이 중요하다. 제 임기는 2026년 5월29일까지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 응원봉을 든 젊은 세대가 전면에 나섰다. 이 새로운 이들의 에너지와 열망이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보나.
“사실은 깜짝 놀랐다. 그동안 젊은이들이 너무 경쟁에 내몰려서 자기의 미래를 열어가느라 여념이 없었잖나. 그래서 의장 공관에 근무하는 청년들을 비롯해 주변의 청년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 세대가 박근혜 탄핵도 봤고,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같은 세대이고, 이태원 참사도 지켜봤다. 국가가 역할을 제대로 못해 아까운 목숨들을 잃는 걸 다 본 세대다. 그 경험이 체화되고 각자의 몸 안에 뜨거운 에너지로 응축돼 있었던 것이다.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성장하며 쭉 봐온 세대여서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걸 보고 경쟁으로 억눌려있던 그 에너지가 폭발한 것 같다. 발랄함과 상쾌함으로 응원봉을 들고 나온 청년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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