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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6 (목)

LA 산불, 한국도 예외 아니다…겨울가뭄-국지적 강풍 패턴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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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널드 슈워제네거 등 많은 유명 인사들이 살고 있는 맨더빌 캐니언으로 팰리세이즈 산불 불길이 확산되자 한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산불의 급속한 확산을 부른 강풍이 또다시 예보된 가운데 소방관들은 11일(현지시각) 세계적으로 유명한 J. 폴 게티 박물관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UCLA)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새로운 대피 경고를 내려 더 많은 주택 소유자들을 긴장시켰다. 2025.01.12.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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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전문가들은 강원 영동지역이 기상과 지형 측면에서 최근 화재 참사를 겪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와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내륙에서 해안으로 부는 국지성 강풍, 고온건조한 기상환경, 산림 인접 지역부터 해안까지 이어지는 광범위한 취락시설이 그렇다는 것. 실제 최근 20여 년간 두 지역 모두 화재가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과 국립산림과학원 등에 따르면 강원 동해안 일대에선 미국처럼 2000년대 들어 대형 화재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산불은 2022년 3월 울진·삼척 산불로 서울 면적의 41%(249.4㎢)를 태웠다. 당시 산불을 키운 요인으로 평년 대비 14.7%까지 떨어진 이 지역 겨울 강수량이 꼽혔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최대 피해(237.9㎢)를 안긴 산불 역시 2000년 4월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했다. 2023년 강릉시 산불은 3.79㎢ 규모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13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맨더빌 캐니언의 한 가옥 수영장 주변에 ‘팰리세이즈 파이어’ 산불 지연제가 뒤덮여 있다. 분홍색을 띠는 이 지연제는 폴리인산암모늄을 포함한 화학 물질 혼합물 ‘포스 체크’로 물보다 오래 재료에 붙어있어 불길의 확산을 늦추거나 진압하는 데 효과적이며 풍화나 비 등의 요인으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01.14.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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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지역에선 3~5월경 양양군과 고성군 사이로 국지성 강풍이 분다. 봄철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발생된 기류가 태백산맥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건조해진다. 미국 오렌지카운티 산타아나 계곡을 넘어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과 태평양 연안으로 부는 산타아나 바람과 유사한 것이다.

통상 동해안 일대에선 겨울철에 쌓인 눈이 봄철까지 이어져 화재 규모가 커지지 않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 여파로 해상 고기압이 강해져 고온 건조한 환경이 자주 나타나면서 이 같은 ‘습윤 효과’가 줄고 있다. 2022년 12월 강원 고성, 양양, 강릉에선 강수량이 0.0㎜에 불과하는 이상 기후가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영동지역 겨울 강수량은 평년 대비 80~90% 수준까지 떨어졌다. 또 지난 달 1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한달간 영동지역 누적 강수량은 1.9mm로 평년(31.2mm) 대비 9.1% 수준에 불과하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해상과 산맥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데 기상과 지형 조건이란 측면에서 강원 영동지역과 유사하다”며 “캘리포니아주의 화재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규모가 커질 때 영동지역도 유사하게 피해가 커지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동지역 내 건조한 바람이 지나가는 곳에 난개발 구간이 퍼져 있어 산불이 붙으면 피해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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