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 한 달, 여야 지지율 접전
‘탄핵 학습 효과’ 與, 당심·민심 줄타기
반사이익 못 누린 野, 지지층 결집 강공
‘조기대선 불가피’ 분위기 속 물밑 채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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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진·박자연·주소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 한 달 만에 여야 입장이 뒤바뀌었다. 탄핵 정국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이 뜻밖의 지지율 하락세를 직면한 반면, 국민의힘은 이례적인 보수 결집 바람을 타고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의 지지율을 회복했다. 여야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와 관계없이 조기대선 정국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각자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 색출’ 등 강공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강성지지층과 중도층 사이 ‘줄타기’에 들어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이달 9~10일 전국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동응답(ARS) 방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42.2%)과 국민의힘(40.8%) 지지율은 작년 9월3주차 이후 16주 만에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양당 격차는 계엄 직후 발표된 12월2주차 조사에서 26.7%포인트(p)차까지 크게 벌어졌으나, 이후 4주 연속 내리 좁혀졌다. 한국갤럽이 7~9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방식 조사에서도 민주당 36%, 국민의힘 34%를 각각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에 들었다(두 조사 모두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국민의힘에서는 이 같은 여론조사에 고무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 진영이 궤멸에 가까운 침체를 겪었던 것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달라진 여론 배경에는 주요 정치인들과 지지층의 ‘탄핵 학습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탄핵을 경험했던 중진들은 탄핵안 표결 정국에서 ‘반대’ 당론을 주도했고, 한동훈 대표 사퇴 이후 ‘권영세·권성동 지도부’ 출범에 힘을 보태며 구심점을 잃은 당 결속의 키를 잡았다. 탄핵 찬반을 둘러싼 내부 갈등은 있었지만, 과거처럼 대규모 탈당 사태로 번질 기미조차 없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으로 분열했던 19대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에서 연속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던 역사를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의 탄핵 반대 응답은 각각 81%, 64%에 달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아슬아슬한 여론 줄타기에 들어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3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소속 국회의원과 주요 당직자들을 향해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겸손한 자세와 신중한 언행으로 국민께 다가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다만 한남동 관저 방문과 관련해서는 ‘의원 개인의 의사’라며 이렇다 할 제지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회의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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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도 ‘가짜뉴스 색출’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짜뉴스에 기생하고 기대서 이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선 민주당 역량을 총동원해 엄정한 책임을 묻고 반드시 우리 사회에서 퇴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내 허위조작 정보 신고기구인 ‘민주파출소’를 개설해 각종 가짜뉴스 유포자 등을 제보받고 있고, 지난 10일 내란선전 혐의로 유튜버 다수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는 강성 진보 성향의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은 진보층에서조차 직전 조사 대비 8.9%p 하락한 68.8%의 지지를 받았다.
물밑에서는 여야 모두 조기대선 채비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작년 10월 출범한 ‘집권플랜본부’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대선 준비에 시동을 건 상태다. 4선의 김민석 최고위원이 이끄는 본부는 ‘이재명표’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맡는다. 당대표 특보단 역시 현안 대응을 위한 당내외 조직 점검, 정책 발굴 등을 맡는 대선 준비 조직이란 평가를 받는다.
전국 19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4·2 재보궐선거 역시 ‘조기대선 전초전’이란 평가 속에 여야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정치중립 의무가 있는 교육감 선거를 제외하고 가장 큰 ▷서울 구로구청장 ▷충남 아산시장 ▷경북 김천시장 ▷경남 거제시장 총 4개 기초단체장 재보선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 전임자의 사퇴·당선무효 판결에 따라 열린다. 국민의힘 중앙공관위는 당헌·당규상 ‘재보선 원인 제공 시 무공천’ 조항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각 시·도당에 결정권을 넘기면서 ‘공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을 낳았다. 민주당은 오세현 아산시장 후보, 황태성 김천시장 후보, 변광용 거제시장 후보에 대한 인준을 앞두고 있으며, 조만간 구로구청장 경선을 완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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