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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왜 생기고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을까. 아직 인류가 파악하지 못한 발병 원인과 치료법을 찾기 위한 세계 최대 규모 인간 단백질 연구가 시작된다.
5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혈액에서 수천 가지 종류의 단백질 수치를 측정하는 프로젝트다. 연구결과를 통해 사람 몸속에서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낼 수 있을 전망이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질병을 탐지하는 진단법이나 치료법 개발에 혁신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체자원은행인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는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의 인간 단백질 연구 프로젝트인 ‘파마 프로테오믹스(Pharma Proteomics)’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단백질은 ‘생로병사의 비밀’을 품고 있는 생체 분자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주요 물질일 뿐 아니라 모든 생명 현상에 관여한다.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나 면역 반응에 중요한 항체 등도 모두 단백질이다. 과학자들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단백질 연구에 공을 들여왔다.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여러 생명 현상의 원리나 조절 방식을 파악해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서다.
파마 프로테오믹스 프로젝트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혈액에서 순환하는 단백질 수치를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국 바이오뱅크의 최고경영자(CEO)인 로리 콜린스 교수는 “이 프로젝트로 사람들이 앓는 여러 유형의 질병에서 단백질의 잠재적 역할을 조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백질 수치 분석의 가치는 이미 증명됐다. 영국 바이오뱅크는 2023년 파일럿 형태로 이 프로젝트를 운영한 바 있다. 약 5만4000명 규모로 이들의 혈액에서 단백질 수치 변화를 측정해 데이터베이스화했다. 과학자들은 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특정 유전 변이가 특정 단백질 수치와 연관이 있다는 약 1만4000개 사례를 식별했다. 이 중 80%는 이전에 알려진 바가 없었으며, 심혈관 질환이나 유방암, 파킨슨병 등의 질병과 관련된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진전을 가져왔다고 평가받는다.
새 프로젝트는 규모를 약 10배로 키웠다. 무려 50만명의 혈액 속 5400개 종의 단백질 수치를 측정할 예정이다. 50만명 중 10만명가량은 최대 15년까지 추적조사도 병행한다. 콜린스 교수는 “사람의 단백질 수치 변화가 나중에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최초’의 데이터베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계와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 질병을 탐지하고,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초연구 수행은 물론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예측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이나 훈련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GSK 등 글로벌 제약사 12곳도 참여 중이다. 제약사들은 수천만 달러를 이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 표본에 대한 분석도 수행할 예정인데, 이들 기업은 데이터베이스 구축 후 9개월간 독점적인 접근 권한을 받았다.
영국 바이오뱅크에 따르면 약 30만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영국 바이오뱅크는 2026년부터 단계적 데이터베이스화에 나서 2027년부터 데이터베이스를 본격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콜린스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백질 연구의 시작점으로 의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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