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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오늘만큼은 화합" … 카터 장례식이 보여준 美 품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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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장례식을 마친 후 운구되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을 향해 전현직 미국 대통령 등이 가슴에 손을 얹고 마지막 인사를 하며 예를 표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에서 시계방향으로 더그 엠호프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질 바이든 여사와 조 바이든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로라 부시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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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장례식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엄수됐다. 이날 장례식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등 전현직 미국 대통령 5명이 모두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국장(國葬)은 예포 21발과 함께 국회의사당에 안치돼 있던 관을 성당으로 운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된 장례식에서는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과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이 생전에 쓴 추도사를 포드 전 대통령·먼데일 전 부통령의 아들이 각각 낭독했다.

포드 전 대통령은 1976년 대선에서 카터 전 대통령에게 패했지만, 이후 서로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하기로 약속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가 됐다. 포드 전 대통령이 2006년 타계했을 때에도 카터 전 대통령이 추도사를 맡았던 바 있다.

포드 전 대통령은 이날 아들 스티븐 포드가 대독한 추도사에서 "카터와 나는 짧은 기간 라이벌이었으나 이는 오랜 우정으로 이어졌다"면서 "재회를 기대한다. 우리는 서로 할 이야기가 많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시 상원의원으로 그를 지지했던 이유를 "지미 카터의 변하지 않는 인격(character), 인격, 인격 때문"이라고 거론하면서 "카터와의 우정을 통해 훌륭한 인격(strength of character)은 직함이나 우리가 가진 권력 이상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제이슨 카터는 가족을 대표해 조부에 대해 "정치 인생과 대통령직에서 그는 시대를 앞서간 게 아니라 예언적이었다"면서 "그는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었을 때도 자신의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세컨드 젠틀맨' 더그 엠호프와 함께 앞자리에 앉았고, 그 뒤에 트럼프 당선인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착석했다. 트럼프 당선인 바로 옆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리했다. 두 사람은 장례식이 시작되기 전에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장례식에는 미셸 오바마 여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로라 부시 여사도 트럼프 당선인과 같은 줄에 앉았다.

이 밖에 마이크 펜스·앨 고어·댄 퀘일 전 부통령과 에드워드 영국 왕자, 최근 사임을 발표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모습도 보였다.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는 세계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정치권의 성숙한 모습이 나타났다. 전현직 대통령 5명이 참석한 이번 장례식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란히 앉아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를 두고 더힐은 "가장 주목할 만한 순간 중 하나는 장례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오랜 정치적 맞수로 알려진 트럼프와 오바마가 오랫동안 친근하게 교류하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은 국장 이후에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되는 보잉 747기를 이용해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다시 운구됐다. 이어 카터 전 대통령이 주일학교 교사를 지냈던 교회에서 개인 예배를 진행한 이후 자택 앞 가족 묘지의 부인 옆에 안장됐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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