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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전두환보다 못난 윤석열, 한 번이라도 대통령답게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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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의 이슈메이커]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
공동대표 맡은 김선택 고려대 교수
"그래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인데
국민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헌재에 스스로 파면을 요청하라"

편집자주

한국의 당면한 핫이슈를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한국일보

지난 7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CJ법학관에서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 공동대표인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가 윤석열 탄핵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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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어떻게 잡혀 갔는지 기억하세요?"

30년 전인 1995년 12월 즈음의 일이다. 기자가 군대에서 끊임없이 쌓이는 눈을 치우고 있을 때였다. 뉴스를 자세히 챙겨 볼 수 없었으니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검찰 수사가 닥쳐오니까 '골목성명'을 내놓곤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요. 검찰 수사관들이 쫓아가니까 합천 일대 일가친척들, 지지자들이 모여서 저항하거든요. 합천경찰서장이 '이대로 충돌하면 저 사람들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전두환이 '내 고향 후배들을 그렇게 할 순 없지'라며 소환에 응합니다. 관저에 앉아 경호관들, 지지자들을 방패막이로 내모는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전두환만도 못한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인데, 단 한 번만이라도 뭔가 의연한 척이라도 할 순 없는 겁니까."
한국일보

1995년 12월 2일 서울 연희동 자택 앞 골목에서 검찰 수사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2쪽짜리 대국민 성명을 낭독하고 있는 전두환. 그는 고향으로 내려갔다 압송되어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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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수상하니 '차라리 전두환이 나았다'는 소리까지 나오고야 만다. 한밤의 계엄 선포도 기가 막힐 일인데 검경의 수사와 법원의 영장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온갖 궤변이 등장한다. 그래서 지난 7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CJ법학관에서 헌법학자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를 만났다. 14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기일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다.

김 교수는 12·3 불법계엄 선포 이후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를 만들었다. 처음엔 20여 명이었으나 금세 1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후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 한덕수 권한대행 관련 탄핵 정족수 문제 등 쟁점사안에 대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놨다. 김 교수는 이헌환(아주대), 전광석(연세대) 교수와 함께 헌법학자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12월 3일 밤 비정상은 윤 대통령뿐이었다

-코너에 몰려 있으니 윤 대통령 측 주장은 강렬(?)할 수밖에 없고, 언론 또한 어쨌든 주요 당사자의 주장이니 안 다룰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듣는 입장에서 혼란스럽다는 얘기가 있다.

"이번 사건은 너무 명백해서 혼란스러울 게 단 하나도 없다. 혼란스러운 게 아니라, 어떻게든 혼란스럽게 보이길 원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헌법학자회의를 만들어 대응하는 것도 그런 혼란은 막자는 취지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탄핵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잘못이다. '열린우리당 돕고 싶은데 직책이 이래서 못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선거중립 위반이라 한 건데 말이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선거를 통해 국민이 부여한 신임을 최순실이라는 엉뚱한 사람이 행사했고, 그게 부패와 연결됐다는 점에서 수긍이 간다. 윤 대통령 탄핵은 앞선 탄핵과 질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다. 독직이나 부패도 아니고 현직 대통령이 내란을 저지른, 상상을 초월하는 사태다. 탄핵도 너무 점잖다. 반란이 끝난 순간 군이나 수사기관이 윤 대통령을 곧장 체포했어도 할 말 없는 사안이다."
한국일보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서울역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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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는 어떻게 보나.

"비상계엄은 행정이나 사법이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 될 정도로 무질서할 때 불가피하게 군인이 나서는 거다. 12월 3일 즈음 우리 행정과 사법 중 도대체 어디가 그런 상황이었나.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 된 건 윤 대통령 본인의 머리뿐이다. 그리고 국무회의, 관보 게재, 국회 통보 등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12·3은 비상계엄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 군인을 동원해 난동을 부린 거다."

계엄 성공했다면 개헌 뒤 영구집권 추진했을 것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 야당에 경고만 하려 했다, 그게 윤 대통령의 변명이다.

"전부 다 거짓말이다. 절대 속지 말라. 왜 계엄을 했느냐는 포고령 1호에 그대로 나온다. 1항이 뭔가. 국회, 정당 등 일체 정치활동 금지다. 노조와 언론 봉쇄, 그리고 포고령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한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이건 독재 선언이다. 만약 국회가 계엄 해제를 못 했다면 포고령 2호, 3호 줄줄이 내면서 각 지방, 기관별로 지방계엄사령부, 계엄분소 등을 설치해서 군대가 전국을 장악했을 거다. 12월 4일 아침 이후 광화문 광장이나 주요 기관, 언론사 정문에 탱크가 들어섰을 것이다. 나는 포고령 1호를 보자마자 '6개월 정도 계엄하면서 국회 해산하고 개헌한 뒤 영구집권 하겠구나' 생각했다. 절대 과한 상상이 아니다."

-안 그래도 윤 대통령이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건넨 쪽지에 비상입법기구를 위한 예비비 편성 지시가 있다 한다.

"12월 3일 계엄은 박정희의 10월 유신, 전두환의 12·12, 5·17 내란을 그대로 따라 한 모방범죄다. 총선에 지는 바람에, 예산을 잘라대서, 억울함을 호소하고픈 마음에, 겁 한번 주려고, 그런 말은 모두 거짓이다. 정치판 전체를 한 번에 갈아엎어서 자기 마음대로 새판을 짜려 한 것이다."
한국일보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경호처의 불법행위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며 최상목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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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겨냥한 걸 두고 '검사 윤석열이 대통령이 돼서도 특별수사를 한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그림 그려놓고 거기다 짜맞추는 수사를 오래 하다 보면 뭐든지 다 엮어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계엄 선포 이전에 중앙선관위에 먼저 군인을 보내고, 야구방망이나 작두 같은 고문도구로 보이는 물건들을 준비한 걸로 봐서는 진술 몇 개만으로도 국회 해산 명분 정도는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내란죄를 두고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나 '폭동' 같은 표현이 있다 보니 '그날 밤 여의도에서 심각한 폭력 사태가 있었던 건 아니지 않느냐'는 반문도 나온다.

"그 질문 많이 받긴 한다. 법률 용어와 일상 용어 사이의 괴리에서 나오는 문제인데 그건 이미 12·12, 5·17 내란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문에 나와 있다. 그때 폭동이 뭐였냐면 '제주를 제외한 부분 계엄'을 '제주를 포함한 전국 계엄'으로 확대하는 거였다. 부분 계엄 때는 계엄사령관이 국방장관 지휘를 받지만 전국 계엄이 되면 계엄사령관이 행정, 사법, 입법 전권을 장악한다. 이 때문에 계엄 확대 조치로 인해 정부 관료 전체가 공포심을 느꼈으니 그것만 해도 폭동이라 했다.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라는 것도 여의도에서 유혈 충돌이라도 벌어졌어야 했다는 말이 아니다. 국회는 전국의 대표자가 모인 국가기관인 만큼 국회를 압박하는 것 자체가 전국의 평온을 해친 것이다. 법률 용어로 교묘하게 장난치는 얘기들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권한은 신비롭고 초월적인 게 아니다

-자꾸 비상대권 얘길 한다. 대통령의 비상대권이란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대통령의 권한은 신비롭고 초월적인 게 아니다. 권한이란 선거로 선출한 사람에게 국민이 일을 시키기 위해 부여한 기능, 절차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권한이란 '이런 건 당신이 해야 할 일인데, 그 일을 할 때는 이렇게 처리하라'는 얘기다. 요즘 TV 같은 데 보면 '대통령이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는데 무슨 문제냐' '비상계엄 요건에 해당하느냐 여부는 대통령이 판단하기 나름 아니냐' '국민 눈높이와 다소 안 맞다 해도 그건 대통령의 고유 권한 아니냐'고들 하는데 법치주의가 뭔지 모르거나, 혹세무민하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의 권한 또한 헌법 테두리 내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에게 권한은 주지만 이렇게밖에 못 주겠다' 한 거다. 그러니까 요건을 벗어나면 '권한 행사'가 아니라 '위헌적 행위'다. 더구나 그 권한이 비상계엄처럼 예외적인 권한이라면 그 요건은 더 엄격하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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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공소장에 담긴 윤석열 대통령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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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탄핵 재판을 두고 너무 결론이 뻔하다는 말도 나온다. 심지어 헌법재판소가 기일을 5번이나 잡은 걸 두고도 과하다는 사람도 있다.

"법리 자체는 명확하다. 사실관계 또한 명백하다. 증거 조사도 별로 할 게 없다. 그날 밤 온 국민이 다 지켜봤다. 국회에서 계엄군 관계자 등을 불러다 신문한 기록들, 헌재에서 그대로 인정된다. 각종 영상촬영 자료, 언론의 보도기사문도 그렇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공소장, 수사자료도 마찬가지다. 특히 김 전 장관 공소장은 사실상 윤 대통령 공소장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이 왜 그랬겠나. 헌재더러 보라는 거다. 일반론적으로 '그래도 탄핵은 당사자 목소리를 듣는다는 차원에서 구두변론을 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더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증거와 자료들이 차고 넘친다. 다섯 차례의 기일을 한꺼번에 다 잡은 건 참 이례적인 건데, 헌재 입장에선 그래도 대통령 탄핵 사건이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라는 차원에서 정말 충분하게 변론할 기회를 준 것이다."

-다섯 번 기일 뒤 곧 결정이 나올까.

"박근혜 탄핵 때 변론이 끝난 뒤 재판관들끼리 합의하고 결정문을 작성하는 평의를 다섯 차례 열었다. 5차 기일이 2월 4일, 끝나면 윤 대통령 측에서 별의별 요구를 다 해서 기일을 한두 번 더 잡을 수도 있다. 그 뒤 재판관 평의 절차까지 거치면 2월 말까진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탄핵은 공직적격 판단 ... 내란죄 판단은 당연히 법원의 몫

-내란죄를 탄핵소추에서 뺀 게 '논란'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말도 안 되는 논리다. 탄핵소추안을 만들 때 정리가 안 돼 생긴 문제일 뿐이다. 생각해보라. 위헌적 비상계엄 자체가 이미 내란이다. 내란죄를 빼서 문제라는 주장대로라면 형법상 내란죄로 대법원 확정 판결 날 때까지 헌재는 2~3년 기다리고, 윤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로 임기를 다 마치도록 한다는 건데, 일단 그게 정상 국가냐고 되묻고 싶다. 그리고 헌재의 탄핵은 기본적으로 형사법상 유무죄와 상관없이 공직 적격성을 판단하는 재판이다. 비상계엄 선포와 실행의 위헌성만 확인해도 결론 낼 수 있다. 그게 형법상 내란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건 헌재가 아니라 법원의 일이다. 국회가 하지 않았어도 헌재가 정리했을 일이다."

-공수처와 경찰에 대고는 '내란 수사보다 헌재가 먼저'라더니 헌재에 가서는 '내란 수사를 기다려달라'고 하는 셈이다.

"혼란스럽고 모순되는 언행들이 너무 많다. 시간끌기와 억지주장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의뢰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변호인단이라면 달라야 한다. 쟁점에 따른 의견을 충실히 내야지 지금은 변호인단이 먼저 나서서 정치무대화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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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 주재하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이 진행되고 있다. 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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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나올 거라는 얘기도 있다.

"안 나오는 게 제일 좋다. 나온다면 변호인단이 적어준 글만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계엄 이후 그간 내놓은 담화문, 그리고 대국민 선전포고문 수준으로 쓴 지지자에게 보낸 편지 같은 걸 보면 윤 대통령은 여전히 망상 속에 있다. 사실 제일 좋은 건 헌재에 나와 '내가 잘못했다, 그냥 빨리 파면해달라' 하는 게 최선이다."

-그럴 가능성이···.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변호인단이 설득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어쨌든 국민이 뽑아준 사람이다. 국민을 조금이라도 덜 창피하게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 덧붙여 정부 관료들이나 국민의힘도 반성해야 한다. 나라부터 일단 정상화할 생각을 해야지 욕먹지 않을 궁리, 정치적 이해타산만 따지고 있다."

윤 대통령 '빨리 파면해달라'고 하는 게 최선

-한덕수, 최상목을 거치면서 안 그래도 엘리트 경제관료란 무엇인가, 말들이 나온다.

"대행이니까, 윤 정부의 사람이니까 적극 나서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국가의 녹을 먹은 엘리트 관료라면 지금의 비상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국회 몫 3인 임명, 내란특검법 통과, 공수처 영장집행에 대한 경호처의 협조 지시 같은 건 대행이라 해도 반드시 했어야 할 일들이다."

-개헌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 이른 얘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유력하다니까 그런 소릴 하는 거 같은데, 지금 이 상황이 이 대표와 무슨 상관이며, 이 대표가 대통령 되고 안 되고가 뭐가 중요한가. 비상상황을 조기 종결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또 하나, 6공화국 헌법을 우습게 보지 말라. 6공화국 이전 40년간 헌법을 얼마나 많이 갈아 치웠나. 그에 비해 6공화국 헌법은 30년 넘게 잘 작동했다. 지금 상황도 달리 보면 헌법에 따라 일이 정리되어 가는 과정이다. 급하고 어설프게 바꾸느니 차라리 차기 정권 출범 이후 1년 정도 시간을 들여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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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관저 앞 지지 시위대에 보낸 편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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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이 들어갔으면 하나.

"대통령의 권한은 확실히 줄여야 한다. 자의적 행사를 못 하게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인사권을 제한해야 한다. 계엄 같은 예외적 권한에 대해선 헌재의 검토 혹은 국회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사전통제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실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부당한 명령에 대해 거부하거나 이의제기할 수 있는 권한도 넣어야 한다. 그간 쌓인 논의가 많다.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그렇게 강조하던 윤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파괴했다.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은 독일의 1949년 기본법에서 따온 것이다. 그 표현의 핵심이 뭔지 아는가. 바로 '정치적 반대파의 보호'다. 나치즘을 겪어 보니 그렇다는 걸 안 거다.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려 드는 사람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파괴자다."

김 교수가 고대 법대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9년 박정희가 죽었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양대 고시를 정복하겠다던 꿈을 버리고 법철학과 헌법을 공부했다. 독일 쾰른대에 유학 갈 때쯤엔 공교롭게도 노태우 정부가 들어섰다. 헌법 같은 거 공부해봐야 대한민국에선 설 자리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그래서일까. 12·3 그날 밤, 윤 대통령이 전두환처럼 '국가보위입법회의'를 만들면 이 땅의 헌법 연구자들은 무슨 험한 꼴을 당할 것이며 얼마나 깊은 자괴감에 빠져들까 싶었다. 헌법학자회의 공동대표를 맡은 것도 그 때문이다.

-결론이 뻔히 보인다 해도 질서 있기는커녕 궤변으로 점철된 추악한 퇴진 과정을 매 순간 지켜봐야 한다는 게 너무 스트레스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윤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이 늘어놓는 이상한 말들 때문에 피곤하지만, 그 주장 중 그 어느 것도 먹혀들지 않을 거다. 올해 봄까지 정리가 되면 한국의 민주주의가 반석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국내외적으로 받을 거다.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조태성 선임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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