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보험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부부가 있다. 보험이 많아서가 아니다.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보험을 모조리 해약했는데, 공교롭게도 최근 받아든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았다. 다시 보험에 들자니 비용이 만만찮은 데다 가계부도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고민이 태산이다. 부부는 어찌해야 좋을까.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비싸다는 이유로 보험을 해지하면 중요한 때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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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왜 또 마이너스지?" 이나경(가명·31)씨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나름 아낀다고 아꼈는데, 가계부는 이번 달도 적자다. '기록하다 보면 새는 돈이 보인다'는 지인의 조언으로 이씨는 몇달 전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는 돈을 잡아내기는커녕 매월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이씨의 한숨만 늘어가고 있다.
가계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월말마다 이씨는 가계부 지출 목록에 훤히 드러나 있는 '과소비 행적'을 되돌아보곤 한다. "이날은 친구들 만나서 거하게 먹었고, 주말엔 남편이랑 영화 보고 일식당을 갔었고…."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제 결혼 2년차로 한창 신혼을 즐기는 이씨와 남편 오승환(가명·33)씨는 과소비를 줄이는 데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절약을 하려고 가계부 앱까지 쓰고 있는데, 막상 과소비가 눈에 보여도 줄이려 하지 않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부부의 걱정거리는 가계부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 남편의 건강검진 결과가 나오면서 '건강'도 부부의 고민거리에 추가됐다. 검사지에 나온 여러 수치들이 남편의 건강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음을 알리고 있었다.
마음이 다급해진 부부는 다시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이씨 부모님이 추천하는 설계사와 상담해 보고, TV 광고를 보고 보험상담을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계사마다 답변이 조금씩 달라 누구 말을 믿어야 좋을지 몰랐다. 비용이 만만찮은 데다 견적까지 제각각이어서 부부는 '이러다 바가지를 된통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제대로 된 보험 설계를 받고 가계부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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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대강 들었으니 이제 부부의 재정 상태를 파악해 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590만원이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290만원을 벌고, 벤처기업에 다니는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정기지출로는 공과금 28만원, 식비·생활비 130만원, 전세대출자금 원리금 상환 56만원, 통신비 15만원, 정수기 렌털비 3만원, 유류비·교통비 80만원, 부부 용돈 100만원, 보험료 15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110만원, 건강보조제 구입비 7만원 등 544만원이다.
부부의 재무 목표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보험 가입이다. 현재 부부는 실손보험 외에 별다른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사고나 질병 등 만약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험에 가입하길 원한다. 다른 하나는 저축률 높이기다. 예금 외에 주식이나 펀드, 적금 등 다양한 상품을 활용해 소득 대비 저축 비중을 늘리고 싶어 한다.
문제는 두 목표를 실현하기엔 부부의 씀씀이가 커도 너무 크다는 점이다. 2인 가구가 식비·생활비에만 한달 130만원씩 쓰는 것만 해도 그렇고, 매월 100만원 이상 지출하는 신용카드 할부금도 해결해야 한다.
부부의 말을 들어 보니 신용카드 할부금이 100만원이 넘은 지 1년이 다 돼간다고 한다. 지금도 할부가 2개월치 남은 상태인데, 이 기간은 조만간 또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아내가 오븐과 헤어 드라이기 등 가전기기를 더 비싼 것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서다.
필자는 부부에게 당장 신용카드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자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신용카드 의존성을 키우면 재정 상태가 점점 악화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부부는 필자의 조언에 따라 신용카드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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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신용카드 할부금(월 110만원·총 220만원)도 곧바로 갚았다. 이를 위해 부부가 비상금 용도로 예금 통장에 모아둔 돈(1000만원)을 사용했다. 신용카드 할부금에는 할부 수수료가 포함돼 있으므로 빨리 갚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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