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 교수
"극복할 방법 오직 기술…차반도체 선점"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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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가 독주하는 파운드리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까. 수년째 이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한 삼성전자는 위기에 빠졌다. D램 최강자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놓치면서 SK하이닉스에 선두자리를 내어줬다. TSMC와 파운드리 격차는 더 벌어졌고, 레거시(구형) 반도체는 중국 업체가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최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난제를 풀 실마리로 자동차용 반도체를 지목했다. 그는 "차량용 반도체에 AI 반도체가 결합되면서 파운드리 생산량을 늘려야 TSMC와의 격차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하반기 삼전 HBM 점유율, 하이닉스 수준으로"
-올해 국내 반도체 시장의 전망은 어떤가.
▲올해 중요한 화두는 역시 AI 반도체다. AI 반도체를 얼마나 준비하고, 어느 정도의 강점이 있느냐가 기업 실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올해도 시장의 중심은 HBM이 될 것이다. 최근 시장에서 많이 언급되는 PIM(Processing-in-Memory)이나 뉴로모픽 반도체 등 차세대 기술은 아직 양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내년보다는 내후년 개화할 가능성이 높다. CXL의 경우 인터페이스기 때문에 내년 상용화 가능성이 있지만, 시장에서 HBM만큼의 임팩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기업들은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SK하이닉스는 현재 잘하고 있는 HBM 사업을 극대화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갖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해 강점을 살려야 한다. 성공하면 기대 이상으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향후 반도체 기술은 메모리와 비메모리가 결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PIM도 일종의 그런 형태다.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동반성장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게 삼성전자의 희망사항이다. 다만 파운드리의 경우 TSMC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삼성파운드리가 쉽지는 않다.
지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위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9.3%에 그쳤다. 지난 2021년 4분기 18.3%에 달했던 점유율이 3년 만에 반토막 났다. 반면 이 기간 TSMC 점유율은 64.9%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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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HBM 준비가 늦어지며 SK하이닉스에 밀리는 상황인데, 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아주 뒤지는 상황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엔비디아 퀄 테스트(제품 품질 검증)를 아직 못 받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지금 HBM4에 대한 준비도 앞서서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HBM4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가 유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이 상황에 대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모든 걸 집중하는 상황이다. 올해 초, 1분기 내 엔비디아 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올 하반기엔 HBM 시장 점유율이나 이익률 등 모든 측면에서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수준까지는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열풍이 시작된 지난 2023년, 전 세계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53%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2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점유율 38%를 기록했고, 마이크론이 9%로 뒤를 따랐다. 작년에는 이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에 대해 △SK하이닉스 65% △삼성전자 32% △마이크론 3%라고 추정했다.
HBM을 포함한 전제 D램 시장의 점유율도 삼성전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41.1%였다. 1위는 유지했지만, 지난 2023년 4분기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속 하락세다. 반면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은 2022년 27.7%에서 작년 3분기 34.4%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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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영향? "불투명하지만 나쁘지 않다"
-이달 트럼프 정권이 다시 들어서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는 워낙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은 HBM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현재 HBM을 공급할 수 있는 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밖에 없는데 마이크론은 비중이 작다. 이 때문에 미국도 세제 혜택 등을 통해 투자 유도를 할 거라고 본다. 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경계하고 긴장해야하는 부분도 분명하지만,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만일 미국이 '보조금 철회'라는 강수를 둔다면 국내 기업에 대책이 있을까.
▲삼성전자의 경우 지금 TSMC에 밀려 아직 수주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보조금을 많이 준다고 하면, 그에 비례해서 투자도 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금 당장 투자할 상황은 아니다. 빅테크 기업에서 요청을 해야 가동을 하는데, 현재로서는 투자를 많이 해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상태다.
사실 보조금은 도움은 되지만 결정적인 건 아니다. 미국이 삼성전자에 약속한 보조금은 한 6조~7조원 규모인데, 이 정도는 반도체 호황일 때 큰돈이라고 보기 어렵다. 올해는 HBM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시장이 더 커질 시점이다. 올해보다는 내년이 성장세가 더 클 것이고, 그때부터는 급격하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파운드리가 크게 성장하고 있으면 보조금을 주든 안 주든 미국 투자는 필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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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레거시 경쟁력, 삼성전자에 치명적"
-창신메모리 등 중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른데, 국내 기업에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중국이 레거시(구형) 제품에 대해서는 경쟁력이 있어 지속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기존 국내 기업들이 레거시 메모리에서 돈을 좀 벌었는데, 지금은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치명적이다. 레거시 제품에서 돈을 못 버니, HBM에서 많이 벌어줘야 하는데 그걸 못 하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오직 '기술'이다. 새로운 기술 개발을 빨리해 격차를 벌릴 수밖에 없다. 차세대 기술을 빨리 예상해 준비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출구 전략은 기술인걸까.
▲그건 제고의 여지가 없다. 새로운 기술과 AI 반도체에서 돈이 될 수 있는 응용 분야를 최대한 빨리 선점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필요할 때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대표적인 응용 분야가 AI 반도체와 파운드리다. AI 반도체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상당히 커 이를 빨리 선점해야 한다. 이때 파운드리와 같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량용 반도체에 AI 반도체를 결합해 파운드리 생산량을 확 늘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TSMC와의 격차도 줄이면서 한국이 진정한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국내 기업이 반사 이익을 볼 거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미국은 얼마 전까지 최신 기술에 대해 견제를 해왔다. 지금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반도체 레거시 제품에 대해서도 규제하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중국의 성장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미국은 철저히 자국 주위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규제하지 않고 중국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사이익은 절대 크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만의 강점을 최대한 갖고 있어야 한다.
"52시간 근무, 정치적 문제로 풀어선 안돼"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반도체 특별법도 갑작스러운 탄핵 정국으로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반도체법은 점차 와전이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법 내에 규정된 시설 투자, 인프라 구축 등은 당연히 빨리할수록 좋다. 하지만 52시간 근무 예외조항이 왜 중요한지 납득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52시간 근무는 도움은 되지만 필요할 때만 그렇게 하면 된다. 항상 모든 사람이나 모든 부서가 그럴 필요가 없다. 52시간 근무가 반도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너무 부각된 거 같아서 안타깝다. 정치적인 문제로 풀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 기술은 1~2년으로 되는 게 아니라 10~20년을 바라봐야 조금씩 기술 개발이 된다. 이에 대한 전체적인 마스터 플랜과 상세한 로드맵을 가지고 외부의 환경 변화가 있어도 이를 꾸준히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인프라, 인재 육성 등이 더불어 이뤄져야 한다. 이런 가운데 52시간 근무는 아주 극히 일부의 일부다. 유연하게 적용하면서도 편법으로 하지 말고, 정상적인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게 중요하겠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미국, 대만, 일본 등 주요국은 현재 반도체 시설투자에 정부가 조 단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직접 보조금 없이 세액공제 혜택만 지원하는 실정이다.
당초 반도체 특별법은 여야가 모두 특별법 도입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국민의힘에서 '고소득 연구개발(R&D) 직군 주 52시간 규제 적용 예외' 조항을 추가하며 시각차가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에만 예외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종환
現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
前 삼성전자 수석연구원(2003.09~2012.03)
前 삼성디스플레이 수석연구원(2012.04~20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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