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지방 도시가 쓰레기 분리수거를 장려하며 공개한 버스 포스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모습이 차례로 삽입되어 있다.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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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한 지방 도시가 쓰레기 분리수거를 장려하는 포스터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모습을 삽입했다. 이들을 ‘분리수거 해야 할 쓰레기’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현지에는 표현의 적절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프랑스 남부 베지에시(市)는 지난 4일(현지 시각) 페이스북에 북한과 러시아, 이란의 지도자 얼굴이 나란히 배열된 채 상단에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잊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한 해를 기분 좋게 시작하려면 쓰레기 분리수거를 잊지 마시라”며 “오늘부터 지역 버스에서 포스터를 볼 수 있다”라고 적었다.
베지에시의 로베르 메나르 시장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해 우호적이고, 북한·러시아·이란 정권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이 인물들을 찬양하지는 않지만, 이 포스터는 지나친 면이 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지나치고, 현명하지 못하다.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는 왜 빼냐” “혐오를 증폭시키기만 하는 부끄러운 일” 등 지적이 제기된 반면, “누군가는 말해야 하는 내용” “숨길 수 없는 진실” 등 옹호하는 댓글도 달렸다. 다만 프랑스 매체 라피가로는 “그러나 이런 찬사는 다수의 의견은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이란 외무부가 이를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다. AFP 통신이 이란 국영 IRNA 통신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의 서유럽 국장 마지드 닐리는 “프랑스 도시의 행동은 우리나라의 신성한 가치와 인격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란 이슬람 공화국 관계자들에 대한 공격적인 콘텐츠의 사용은 다른 나라의 문화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진 원칙과 규칙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정부를 향해 “이런 도발적 행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요구했다.
2017년 정부가 시 보조금을 삭감한 점을 비난하며 내건 포스터. 국가를 정장을 입은 남성에, 시를 금발 여성에 빗댄 채 '국가가 우리 지역 사회를 목졸라 죽이고 있습니다'고 했다. /라피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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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메나르 시장은 홍보 포스터에 다소 과격한 메시지를 내세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7년에는 정부가 시 보조금을 삭감한 점을 비난하며 정장을 입은 한 남성이 금발 여성의 목을 조르는 모습의 포스터를 걸어 논란이 일었다. 남성을 정부에, 여성을 지방 당국에 빗댄 것이다. 당시 포스터에는 ‘국가가 우리 지역 사회를 목 졸라 죽이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또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가 한창이던 시기에는 난민들이 무표정으로 기차에 오르는 장면과 함께 ‘그들이 온다’라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듯한 문구를 덧붙여 비판받았다.
이민자들이 무표정으로 기차에 오르는 모습과 함께 '그들이 온다'라는 문구가 삽입된 포스터. /X(옛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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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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