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근 산업부 |
'사상 최대' '창사 이래 최초.'
최근 현대자동차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17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판매 신기록을 작성했는데, 현대차의 경우 작년까지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맡아온 호세 무뇨스 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제네시스도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 행진을 계속 이어가며 고급차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무뇨스 사장은 올해부터 현대차 대표이사로 발탁돼 임기를 시작했다. 현대차가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한 것은 1967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현대차 대표이사에는 현대차그룹을 총괄하는 정의선 회장을 제외하면 호세 무뇨스 사장, 이동석 사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 사장은 생산·안전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맡고 있어 글로벌 사업 등 경영 실무 분야는 무뇨스 사장이 꾸려가는 구조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세 및 친환경차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낸 무뇨스 사장을 전면에 내세운 인사로 해석된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 6일 경기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그룹 신년회에서 무뇨스 사장의 CEO 발탁 배경을 이례적으로 직접 설명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 회장은 "올해 우리는 최초로 외국인 CEO를 선임했다"면서 "국적, 성별, 학력, 연차와 관계없이 오로지 실력 있는 분들이 리더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오직 실력만 보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혁신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는 현대차의 새로운 시도에 놀라는 눈치다. 국내 대기업의 외국인 임원 선임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CEO의 역할을 맡는 대표이사로 발탁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선은 마치 스포츠 경기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외국인 감독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과, 오히려 특유의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선 외국인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는 주장이 맞부딪치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회사 경영이나 스포츠 경기의 감독 모두 국내파, 해외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실력이 돼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현대차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으로 끝날 수 있을까. 재계의 이목이 현대차로 쏠리고 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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