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국회 현안 질의
헌재, 국회 통제 등 위헌성 지적
법원행정처장 “尹 체포영장 적법”
與 “권한 없는 공수처… 국론 분열”
野 “관저 앞 의원 불체포대상 아냐”
헌재 “여론전 흔들리지 않고 심판”
“盧·朴 때보다 첫 변론기일 늦어”
심리 빠르다는 尹측·與 주장 반박
야당은 헌재와 법원행정처로부터 영장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끌어내는 동시에 국민의힘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내란죄 수사권한과 영장 발부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며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혐의 및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관련 긴급현안 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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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은 이날 “윤 대통령이 최상목 부총리에게 국회 운영자금을 차단하라는 쪽지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헌법에 부합하는가”라는 민주당 한정애 의원 질문에 “정상적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이 “반헌법적 태도라는데 동의하는가”라고 묻자 “큰 틀에서 공감하는 바가 있다”고 답했다. 국회의원 정치활동 금지, 계엄사의 언론·출판 감독, 파업·태업·집회 금지, 전공의 복귀 등 각 포고령 내용을 두고서도 “현재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민주당 권칠승 의원 질문에 “포고령의 국회 권한 통제는 위헌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두고서도 “국회도 사법부도 법이 존재할 때 존립이 가능하다”며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는 우려를 심각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영장 청구 과정과 집행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반격에 나섰다. 야당 탓에 국론분열이 일어났다며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혐의 및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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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의원은 “지난 한 달간 국론분열과 갈등은 더 심해졌고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으로 경제 불안이 초래됐다”고 말했다. 김석우 법무부 차관에는 “내란죄 수사권한은 경찰에 있는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나섰다.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청구하는 등 억지를 부렸다”며 “불법적 수사권한으로 불법 영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이 된 민주당 이상식 의원의 ‘경찰 소통’ 논란을 두고서는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에 “당장 감찰하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철규 의원은 공수처에 “현직 대통령을 여론몰이로 영장 집행을 한다는 것은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법원행정처에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재판은 어떻게 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공직선거법 2심 재판을 앞둔 민주당 이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장동혁 의원은 “직권남용죄를 이유로 수사권한이 없는 내란죄를 이첩받는 것은 새우가 고래를 삼키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공수처를 비판했다. 서천호 의원도 “국회를 보며 국민이 눈살을 찌푸리는 용어가 많이 생산됐는데 그중 단연 으뜸은 아버지다”라며 “당헌·당규 어디에도 아버지라는 당직은 없지만 국회 중심에 아버지가 서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민구 전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가리켜 ‘민주당 아버지’라고 말한 것을 비꼰 것이다.
민주당도 반격에 나섰다. 권 의원은 “내란수괴 혐의자가 1호 당원으로 있는 정당과 당정협의를 하는 게 제정신인가”라고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에 따졌다. 박주민 의원은 일부 여당 의원이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것을 두고 오동운 공수처장이 “공무집행방해”라고 답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체포특권 포기 각서도 썼다. 봐줄 것 없다”고 말했다. 장경태 의원도 이 직무대행에 “관저 앞을 지키는 의원들은 현행범으로 불체포특권 적용 대상이 아니다, 연행하라”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현안질의를 모두 마친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용빈 사무총장에 “이날 현안질의서 부정선거가 있을 수 없다고 답변하셨다. 부정선거 의혹 때문에 계엄까지 왔는데 윤 대통령에게 설명할 기회가 없었는가”라고 따졌다. 김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김 사무총장은 “그런 기회는 없었다”며 “지금과 같이 국론이 분열된 사태에 선관위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정치권의 ‘편파성’ 지적에 “여론전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하게 심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과 관련해 “여당 원내대표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 탄핵심판 이외의 다른 탄핵심판 절차를 개시했다는 건 명백히 사실에 반한다”며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논평으로 헌재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전날 ‘윤 대통령 사건의 심리를 지연해야 한다는 여당 압박에 헌재가 감사원장과 검사, 국무총리 탄핵 사건 기일을 빨리 잡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헌재는 “사건 기일이 지나치게 빠르게 지정돼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윤 대통령 측과 여당 주장에 대해서도 과거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천 공보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사건접수에서 첫 변론기일까지 각각 18일과 25일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12월14일 사건이 접수된 이후 이달 14일 첫 변론기일까지 31일이 걸리는 점을 비교하며 “현재까지 이례적으로 빠른 진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회와 대통령 측이 ‘장외 변론’을 하는 것에 대해 천 공보관은 “탄핵심판은 청구인과 대리인, 피청구인과 대리인이 서로 공방하고 헌재가 결론을 내리는 절차”라며 “헌재는 독립적인 심판기관으로서 심판정 바깥에서 이뤄지는 여론전에 흔들리지 않으며 공정한 심판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우·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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