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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최태원, 젠슨 황 만났다…"하이닉스 개발 속도, 엔비디아 요구보다 빨라" [CE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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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5’ 현장을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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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 최태원 회장 SNS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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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개막 이틀차인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 CEO와 만난 사실을 밝혔다. 어떤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이것 저것 많아서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관련 질문이 나오자 “중요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건,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항상 엔비디아 개발 속도보다 뒤쳐져 있어서 더 빨리 개발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최근엔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를 조금 넘어서고 있다. 역전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어 “올해 공급량은 이미 다 결정돼 있었다. (공급량 역전 상황이) 언제 다시 뒤집힐지 모르지만, 개발 속도를 선제적으로 높여 헤드투헤드(Head-to-Head)로 서로 빨리 만드는 것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최태원 회장은 국내에서 열린 SK AI 서밋에서 “젠슨 황 CEO가 6세대인 HBM4을 더 빨리 줄 수 없겠냐고 요구해 ‘노력해 보겠다’고 답했다”는 대화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 CES에서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인 HBM3E 16단 시제품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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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오른쪽) SK그룹회장이 'CES 2025'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과 함께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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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앞서 전날 황 CEO가 기자들에게 “삼성과 SK는 그래픽 메모리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들도 합니까”라고 물은 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엔비디아의 새로운 소비자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갈 메모리(GDDR7)를 생산하는데, 황 CEO가 이를 모른다는 투로 말해 논란이 됐다. 최 회장은 “황 CEO가 강조하는 얘기는 ‘엔비디아는 그냥 AI 컴퍼니, GPU 회사가 아니라 컴퓨팅을 다루는 회사고 세상에서 컴퓨팅을 가장 잘 이해해서 관련 솔루션을 가장 효율적으로 찾아내고 만드는 회사’라는 것이다. 솔직히 그걸 잘하면 된다. 그 안에 칩이 어떤 게 들어가고 어떻게 됐다 하는 그런 디테일까지 다 외우고 다닐 순 없다. 저도 그렇지 않다. 저희가 어떤 제품, 어떤 솔루션을 쓰는지 다 알지 못할 수 있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이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어찌됐든 황 CEO가 가진 생각과 얘기는 잘 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가 CES 기조연설을 통해 강조한, AI 로봇과 관련한 논의도 나눴다고 했다. 최 회장은 “피지컬(physical·물리) AI 관련해서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고 노하우도 많이 있다. 황 CEO도 디지털 트윈이나 피지컬 AI 사업을 원하고 관련해 최근 (황 CEO가) 발표한 ‘코스모스’ 플랫폼이 존재하니까 앞으로도 같이하면 좋겠다, 좀 더 논의해보자는 정도의 얘기가 있었다. 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SK의 사업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AI 반도체도 하고 있지만, 새롭게 하는 건 AI 데이터센터 설루션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찾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관련 비즈니스를 중점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며 “AI는 좋든 싫든 해야만 하고 경쟁에서 뒤쳐지면 우리가 자랑하던 반도체건 조선이건 철강이건 모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주요 제조업의 AI 전환을 돕는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이란 의미로 보인다.



반도체·AI 집중 관람…“폰 바꿔야겠네”에 웃음



간담회에 앞서 최 회장은 약 40여 분간 CES 전시관을 둘러봤다. 먼저 SK텔레콤ㆍSK하이닉스ㆍSKCㆍSK엔무브가 공동으로 꾸린 전시관에서 15분가량을 머물렀는데, 10분 이상은 SK하이닉스 반도체 제품을 꼼꼼히 살펴봤고 SK텔레콤이 북미 지역에서 출시할 AI 비서 서비스 ‘에스터’ 시연도 지켜봤다. 반도체와 AI를 집중적으로 점검한 것. 전시 중인 제품 중 SKC의 유리기판 모형을 손에 들고 “방금 팔고 왔다”고 말하며 웃었고, 에스터 시연에 대해 “파운데이션 모델은 어떤 것이냐” 등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구체적인 서비스 구현 방식을 듣기도 했다. 유리기판은 AI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차세대 패키징 기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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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엔 삼성전자 전시관으로 향했다. 삼성전자에선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 등이 최 회장을 맞이했고, 관람 내내 동행하며 전시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최 회장은 이곳에 25분가량 머물며 보안 기술, 사물인터넷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전시, 모바일 제품과 스마트 오피스 등을 두루 살펴봤다. 한 부회장이 “갤럭시 S25는 22일에 론칭 행사를 한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AI가 적용된 폰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하자 최 회장이 “또 바꿔야겠네”라고 답해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나왔고, 최 회장이 삼성 자체 개발 AI 모델을 묻자 한 부회장이 삼성의 가우스 AI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CES 전시관를 둘러본 뒤 “모든 것에 AI가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속칭 피지컬 AI라고 하는 로봇이나, 우리 주변 기기 안에 AI가 들어가는 것이 일상화되고 상식화 됐다. 그걸 확인한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라스베이거스=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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