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붉은사막’ 배경 부델리섬
유일한 주민으로 관광객 안내
유일한 주민으로 관광객 안내
이탈리아의 ‘로빈슨 크루소’ 마우로 모란디. [사진=마우로 모란디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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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무인도에서 혼자 산 이탈리아의 ‘로빈슨 크루소’ 마우로 모란디가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섬을 떠나 문명으로 돌아온 지 불과 3년 만이다.
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모란디는 지난여름 낙상 사고 이후 고향인 이탈리아 모데나로 돌아왔다. 양로원에서 생활하던 모란디는 최근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지난 3일 눈을 감았다.
모란디는 1989년 남태평양 여행 도중 타고 있던 배가 고장나면서 이탈리아 사르데냐에 위치한 부델리섬에 우연히 발을 디뎠다.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명소 중 하나인 부델리섬은 특히 핑크빛 백사장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영화계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1964년에 만든 ‘붉은 사막’의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부델리섬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모란디는 관리인이 곧 은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섬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모란디는 32년 동안 섬의 유일한 주민으로 살면서 해변을 관리하거나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생태계를 안내하는 일을 해왔다.
모란디는 산호와 조개껍데기로 지은 집에서 생활했다. 식재료는 인근에 있는 섬에서 공급받고, 태양열발전을 활용해 가전제품도 문제없이 사용했다.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는 겨울에는 주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6년 부델리섬을 인수한 라 마달레나 해상국립공원 측은 섬을 생태환경 교육장으로 만들기로 하고 모란디에게 퇴거를 압박했다. 결국 2021년 이탈리아 정부가 자연공원으로 지정하면서 그는 섬에서 떠나게 됐다. 이에 반발해 모란디의 체류를 계속 허용해달라는 청원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긴 싸움에 지친 모란디는 2021년 가까운 라마달레나섬에 있는 작은 아파트로 이사했다. 현대 문명으로 돌아온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저는 행복하고, 일상의 편안함을 누리며 삶의 기쁨을 찾았다”며 새로운 삶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활발하게 섬을 알려온 모란디는 7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했다. 한 팔로어는 “안녕 마우로, 이제 수십 년 동안 당신을 지켜준 섬으로 돌아갈 수 있겠네요”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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