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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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 직후엔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로 날아가 “우리는 당신들을 잘 대할(treat) 것”이라고 했다. 그린란드 편입 작업이 실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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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언’ 아닐 수도…비상 걸린 당사국
그동안 트럼프의 발언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던 분위기부터 달라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유일하게 남은 의문은 트럼프가 실제로 위협을 실행할지 여부”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발언이 허언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편입 대상으로 지목된 당사국들은 비상에 걸렸다. 2019년 트럼프가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혔을 때 “터무니 없다”고 일축했던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현지 방송에 출연해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동맹”이라고 말했다. 이는 ‘회원국이 공격 받으면 자동 개입한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헌장 5조를 든 법적 대응 방식에 가깝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운데)가 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에 도착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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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압박에 이미 사임 의사를 밝힌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경제적 강압을 통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발언 직후 “양국은 최대 무역 및 안보 파트너로서 혜택을 입고 있다”며 동맹 관계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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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도 요동…“미국 편입이 낫다” 주장도
이들의 다급한 반응은 여론과 무관치 않다. 그린란드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린란드 주민 다수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더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이날 트럼프 주니어를 공항에서 맞이했다. 주민 마로 라이머는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평등한 관계가 아니었다”며 “미국이 우리를 동등하게 대해준다면 미국에 편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시간 7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 누크를 방문하는 동안 MAGA 모자를 쓴 한 주민이 공항에서 트럼프 주니어의 그린란드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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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올해 신년사에서 “식민지 시대의 족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을 시사했었다. 그는 독립을 지지하는 좌파 정당인 '이누이트 아타카티기이트'를 이끌고 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에 사는 4만5000명(실제는 약 5만6000명)이 투표를 한다면 미국으로 편입될 것”이라며 여론을 자극했다. 동시에 덴마크를 향해선 “그린란드 독립을 방해하면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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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마가’는 미국 유일주의”
트럼프는 이미 2019년에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혔고, 백악관엔 특별팀까지 꾸려졌다. 다만 트럼프는 당시 “그린란드 매입은 본질적으로 대규모 부동산 거래”라며 금전적 이익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이번엔 “자유 세계의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트럼프의 ‘그린란드 도발’의 목적은 근본적으로 희토류 등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자원과 온난화를 통해 확보될 북극항로 등 경제적 이권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NYT는 “트럼프가 내세운 ‘고립주의’는 단순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정의되지 않는다”며 “트럼프는 영토 확장을 즐기는 부동산 개발업자처럼 미국의 외교 정책에 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마가’는 국제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전통적 고립주의가 아니라 이권 확보를 위한 ‘미국 유일주의(America Only)’에 가깝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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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트럼프의 확장 정책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반구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태서 성균관대 교수는 “트럼프의 발언은 외부에 불개입하는 고립주의 경향을 보이더라도, 서반구에선 오히려 확장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략의 핵심은 해당 지역에서 경쟁국인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데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실제 이날 회견에서 “중국이 파나마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그린란드에 대해선 “중국의 배가 사방에 있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했다. 파나마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최단거리로 연결하고, 그린란드는 향후 개척될 북극항로의 중심지다.
이와 관련,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그린란드는 북극과 북미를 잇는 고속도로”라며 “온난화로 북극해가 활성화되면 파나마 운하의 의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는 현재와 미래 물류 및 안보의 중심지에서 중국의 확장을 억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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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엔 “경제로 압박”…“한국, 적극적 거래 필요”
트럼프는 캐나다엔 군사력이 아닌 ‘경제적 힘’을 쓰겠다고 했다. 캐나다가 미국의 한 개 주가 돼야 하는 이유로는 “미국이 캐나다를 보호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는 비용의 문제를 들었다. 또 멕시카에 대해선 ‘멕시코만’의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미 이들 두개 국가에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상태다.
트럼프는 유럽 동맹에 대해서도 “미국이 3500억 달러(약 510조원)의 적자를 보는데도 (유럽은) 미국의 자동차와 농산물을 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부담 기준을 기존에 제시했던 GDP의 2%가 아닌 “5%가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국의 이익 앞에 동맹의 가치를 무시하는 트럼프의 전략에서 한국만 예외가 될 가능성은 낮다. 전문가들은 “그럴수록 트럼프와 적극적인 거래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파나마 운하 아구아 클라라 수문을 화물선이 통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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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는 한국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고, 대중 압박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며 “오히려 방위비를 전향적으로 올리는 대신 한반도에 대한 전략자산 상시 순환배치 등 확실한 반대급부를 얻는 게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대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한국의 고용창출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관철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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