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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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메이커' 일론 머스크가 이번엔 유럽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놨다. 기득권 정치인들에 대한 공격을 남발하고 반이민과 규제 완화 등 자신과 노선이 비슷한 극우 세력엔 힘을 실어주면서다.
영국은 머스크가 제대로 꽂힌 나라다. 머스크는 새해 첫날부터 영국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총리를 향해 사임을 요구하는가 하면 찰스 3세 영국 국왕에게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극우 성향인 영국개혁당과는 정치자금 기부를 논의할 정도로 지원에 진심이다. 나이절 패라지 대표와는 돌연 척을 졌지만.
2월 조기 총선을 앞둔 독일에선 올라프 숄츠 총리를 두고 "무능한 멍청이"라며 비판 여론을 부추겼다. 반면 나치를 옹호하는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을 공식 지지했다. 9일엔 AfD 총리 후보와 대담도 예고했다.
문제는 머스크의 행동을 특유의 '관종' 행위로 넘길 수 없다는 데 있다. 그가 '넘사벽' 세계 부호 1위인 것은 둘째치고 트럼프 집권 2기 실세 중의 실세로 떠오른 탓이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선을 도운 덕에 마러라고 별채에서 상주할 정도로 최측근이 됐다. 일각선 머스크가 대통령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트럼프는 7일 마러라고 기자회견에서 머스크의 행보가 적절하냐는 질문에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일론이 아주 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거듭 머스크의 편을 들어줬다. 유럽이 내정 간섭에 가까운 머스크의 훈수질에도 표정 관리를 하며 점잖게 대응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하기도 전에 양국 관계를 망치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노력인 셈이다.
CNN은 머스크가 트럼프 용인 아래 외국 정치판에 자유롭게 왈가왈부할 수 있는 건 이들이 앞세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비뚤어진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는 1기에 비해 훨씬 거칠고 공격적으로 힘이 약한 상대를 주무르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가져오기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에 비하면 머스크는 되레 수위가 낮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공격 대상이 권위주의 국가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불안한 '만만한' 동맹국들이라는 점에서 머스크의 행보를 지켜보는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대서양 건너에 꽂힌 그가 언제 변덕을 부려 태평양 건너로 관심을 옮길지 몰라서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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