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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협업사례 2100건, 논문만 100개···다케다가 만든 '혁신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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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해외 클러스터에서 답을 찾다] <2> 일본 쇼난 아이파크

입셀 등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업 8곳 진출

도쿄의대 병원 등과 공동 R&D 진행 에정

보스턴 VC 등 투자자와 연결 지원 IR 진행

현지인력 채용 등 언어·문화차이 극복 과제

한국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업들이 일본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쇼난 헬스 이노베이션파크(쇼난 아이파크)’를 발판으로 현지 시장 공략과 글로벌 무대 진출을 동시에 노린다. 일본은 세계 3대 제약 시장 중 하나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기초 과학기술의 강점과 다케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다수 위치한 생태계 등 경쟁력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시장 진출을 위한 기업 간 네트워킹과 협력은 물론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쇼난 아이파크는 일본의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가 2018년 자체 연구개발(R&D)센터를 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해 대학, 외부 기업 등에 개방해 조성한 혁신형 클러스터다. 일본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 소재 22만㎡(약 6만 6000평) 규모의 부지, 10층 높이의 5개 동에 150여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입주해 있다. 입주 기업들 간 협업사례는 지난해 기준 2100건으로 발표된 논문만 100건에 달한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쇼난 아이파크에 입주했다. 입셀, 세포바이오, 큐피크바이오, 아이피에스바이오, 마크헤르츠,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리코드, 유스바이오글로벌 등 8곳으로 첨단재생의료(줄기세포) 관련 기업들이다. 도쿄의대병원, 규슈대학교, 아스텔라스 제약사 등과 공동 R&D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지 기업·기관들과 실증, 기술개발, 기업협력, 투자, 비임상·임상, 인허가 등도 협력하게 된다. 지난해 5월 조성한 1억 달러 규모의 한일 공동펀드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 유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업들은 줄기세포에 대한 규제 장벽이 낮은 일본에서 임상시험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제휴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 약사법 개정 등을 통해 허가 받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를 의사 책임 하에 시술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시설에서 배양한 줄기세포도 일본에 가져가면 맞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임상 2상 시험 후에 최대 7년간 시판을 허용하면서 임상 3상을 진행하는 조건부 승인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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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모토 토시오 쇼난 아이파크 대표는 “일본에서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와 관련해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이후 한정된 임상 데이터에도 먼저 승인을 해주는 가속 승인제도가 마련됐다”며 “한국 스타트업의 주요 목적은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하고 일본의 재생의료정책에 기반해 세계 진출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주지현 입셀 대표는 “일본은 줄기세포 관련 노벨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고 관련 규제 장벽도 낮은 편이어서 현지 진출이 어렵지 않다고 봤다”며 “일본 병원과 제휴해 치료제 상업화를 위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쇼난 아이파크 입주 기업들은 바이오 클러스터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이 곳에는 존슨앤드존슨(J&J), 다케다 같은 다국적 제약사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탈(VC) 및 미중 혁신기관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쇼난 아이파크는 입주사들이 미국 보스턴에 있는 벤처 투자자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쇼난 아이파크와 협업하고 있는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미국 보스턴 캠브리지에서 ‘한일 바이오벤처 합동 IR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입셀, 유스바이오글로벌 등 4개사가 참여했다. 세계 3대 VC 중 하나로 모더나를 탄생시킨 미국 바이오 전문 투자사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과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웨덴의 EQT를 포함한 22개의 글로벌 VC와 CVC가 한일 양국의 바이오벤처들과 1대 1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다음달 중 쇼난 아이파크에서 한일 바이오 기술 교류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데모데이를 개최할 계획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글로벌 기술 수출 및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해 바이오 생태계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일라이 릴리, CSL 베링, 다케다, 메디팔 홀딩스 등 다국적 제약사와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관계자는 “국내는 바이오 시장 침체로 투자 및 기술 거래가 위축됐지만 일본은 투자 기업?대기업 중심으로 바이오 분야 우수 기업?기술 발굴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시장 진출이 결코 만만한 과정은 아니다. 일본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크다. 한국과 차이가 있는 규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적절한 대응도 요구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도 있다”며 “전문가와의 협업과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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