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급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도 복지 차원에서 구내식당의 고급화와 메뉴의 다양화를 꾀하면서 급식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아침 점심 저녁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수백 명을 대상으로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하고 더 나은 식재료를 쓰고 더 맛있는 메뉴를 선보이고자 많은 급식 업계 종사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급식실 뒤에서 묵묵히 수고하는 구성원들을 보면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역할에 따라 영양사와 조리사 그리고 조리원 등이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1000명분이 넘는 끼니를 준비하고 제공한다. 노동 강도가 높은 근무 환경 탓에 인력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급식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영양사와 조리사는 직무 내용과 면허 및 자격 취득 요건이 엄연히 구분돼 있으나, 그동안 한 사람이 영양사와 조리사 두 가지 면허와 자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면 역할 구분 없이 근무할 수 있었다. 영세한 급식사업장이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구인난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편이었다.
그런데 최근 국회를 통과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에서는 영양사와 조리사의 겸직을 금지했다. 급식 인원수가 늘어나면 영양사, 조리사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업무의 명확한 구분이 없을 경우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항이 규모가 영세한 급식사업장에까지 적용될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가뜩이나 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데다 식자재 원가가 오른 상황에서 영양사, 조리사를 각각 고용하면 인건비 부담까지 늘어 급식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인건비 부담으로 식재료 구입 비용이 줄어들면 식사의 질과 양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규모가 작은 사업체에 딸린 급식장일수록 이러한 규제는 치명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11월 발의한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300인 미만 단체급식장에 한해 영양사와 조리사의 겸직을 허용한 것은 소규모 영세 급식사업장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급식법의 경우에도 원아가 100명 이상인 유치원은 영양교사를 1명 이상 선발해야 하지만, 200명 미만인 경우에는 2개의 유치원마다 1명의 영양교사를 공동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규모 급식사업장은 유연한 인원 배치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여 양질의 급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급식사업장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양질의 급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은 물론 조리로봇, 키친리스 솔루션 등 선진 푸드테크를 도입해 급식 종사자의 업무 강도와 근무 환경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K푸드에 대한 관심과 함께 급식에 대한 수요와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산업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며 선진 기술과 시스템 도입도 시급하다.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식사를 준비하는 종사자와 이를 이용하는 고객 모두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급식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장웅준 한국식자재유통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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