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3대 임의제출 여부 두고 檢-宋 팽팽한 대치
법원 "증거로 못 써"…다른 돈봉투 재판 영향도 주목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등 결심 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 대표는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 6300만 원을 받고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소각 시설 청탁을 받으며 4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4.1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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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돈봉투 살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평가받던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송 대표는 1년이 넘는 재판 과정에서 줄곧 통화 녹음파일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가 위법수집증거 여부에 대해서만 논의할 기일을 따로 지정해 집중적으로 검토했을 정도다.
결국 재판부는 송 대표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송 대표의 '돈봉투 살포' 연루 의혹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받는 송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송 대표가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받은 후원금이 불법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반면 검찰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에서 나온 통화녹음 파일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고, 나머지 증거들로만 가지곤 송대표가 돈봉투 살포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돈봉투 의혹의 '스모킹 건' 이정근 녹취파일
돈 봉투 살포 의혹 수사의 시작은 이 씨의 휴대전화에서부터 시작됐다.
2022년 이 씨와 민·형사상 갈등을 겪던 사업가 박 모 씨가 이 씨에 대한 진정을 제기했고, 검사는 이 씨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나 휴대전화를 찾지 못했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던 이 씨는 같은 해 구속되자 돌연 태도를 바꾼다.
검사는 2022년 10월 7일 이 씨에 대한 피의자신문 조사를 시작하고 거주지를 재차 압수수색 했다. 이 씨는 이날 밤 10시 28분경 검찰에 과거 휴대전화 보관처를 말하고, 검찰 수사관을 통해 지인에게 이를 검찰청사로 가져와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새벽 4시 28분경 이 씨의 지인으로부터 이 씨의 휴대전화 3대를 제출받은 검찰은 3만여 개의 통화녹음 파일을 확보하게 되고, 이는 '돈봉투 의혹'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됐다.
재판부 "이정근 휴대전화, 임의 제출 아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이 씨가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당시 구속되어 있었던 점 △처음에는 휴대전화의 행방에 거짓말을 반복하다가 뒤늦게 제출했고, 당시 심정에 대해 "(구속수사 상황이) 엄청나게 무서운 현실이었기 때문에 (휴대전화 제출이) 이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무기가 되겠다는 생각에 검찰에 적극 협조했다"고 진술한 점 △2022년 10월 7일 피의자신문 영상녹화가 종료된 오후 10시까지도 휴대전화를 폐기했다고 주장하던 이 씨가 10시 28분쯤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경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 △검찰 수사관이 휴대전화 보관자에게 전화해 이 씨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가져오게 한 점을 지적하면서 임의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씨가 휴대전화 3대 안의 전자정보를 수사기관에 '범위 제한 없이 전부'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씨는 최초로 제출 범위에 관한 진술이 선별 절차 참여를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전부 제출하겠다는 것인지 불명확하고, 당시 조사받던 알선수재 사건 외 'CJ복합물류 사건'에 까지 제출 의사를 확대하겠다는 것인지 어떤 종류의 사건이든 다른 사건 전부에 대해 제출 의사를 확대하겠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다.
또 "이 씨는 일관되게 '자동 녹음장치가 되어 있어 무슨 녹음파일 등이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제출했다'고 증언하는데, 실제 추출된 전자정보량이 수십만 건에 달해 이 씨가 제출 범위를 명확히 알면서 의사를 표기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검사가 임의제출 범위를 확인한 문답에 대해서도 "추상적·포괄적으로 질문해 단답을 받은 데 불과하다"며 압수수색영장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해당 녹음파일은 이 씨가 돈봉투 살포 사건의 공범으로 처벌받게 될 증거들인데도 이를 알면서 처벌을 감수하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청탁을 명목으로 10억원 가량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9.3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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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파일 보관하다가 새 사건에 시작한 것은 부당
재판부는 검찰이 이 씨의 알선수재 등 사건을 수사하면서 확보한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돈봉투 사건 수사에 활용한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는 이 씨의 알선수재 사건 수사 당시에는 돈봉투 관련 통화녹음의 존재를 몰랐다가 이 씨가 2022년 11월 기자로부터 취재 확인 요청을 받고 검사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 데 따라 돈봉투 관련 사건 수사를 개시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렇다면 그때나 늦어도 최초로 강래구 씨의 범죄를 인지한 2023년 1월쯤에는 이 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발부·집행 및 피압수자 참여권 보장 등을 거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이 씨의 알선수재 사건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돈봉투 관련 통화 녹음파일 등 전자정보를 폐기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별도의 압수수색영장 발부·집행 없이 새 사건인 돈봉투 관련 사건을 시작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어떤 증거를 한 번 임의제출 받으면 어떤 사건에든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검사 주장의 법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실체적 진실 규명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으로서 위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돈봉투 의혹 항소심 사건들에 영향은?
이 씨의 통화녹음 파일이 위법수집증거로 인정되면서 관련 사건들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9일에는 윤관석 전 의원과 임종성 전의원, 허종식 의원의 정당법위반 사건 2심 첫 공판기일이 예정돼 있다.
이들은 모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는데, 당시 1심 재판부는 이 씨의 녹취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씨가 당시 자신이 수사받고 있던 알선수재, 정치자금법위반 범행 등에 관련된 통화 녹음파일을 선별해 USB에 저장해뒀음에도 지인에게 따로 맡겨두었던, 이 사건 관련 녹음파일이 저장된 휴대전화까지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했다"며 자신의 적극적 의사로 검찰에 임의제출했다고 봤다.
그러나 송 대표의 1심 심리를 맡은 재판부가 정반대의 판단을 하면서, 윤 전 의원 등도 녹음파일이 위법 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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