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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윤석열 지지율 40% 급등…여론조사 문항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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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사 편향성 지적…고발 검토

유시민 “마약 나눠먹고 밤새 춤추는 꼴”

국힘 “이게 진짜 뉴스”…경계 목소리도

유승민 “계엄 한번 더 하면 더 오르나”

세계일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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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40%까지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편향적 여론조사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고, 여당 내부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논란이 일고 있는 여론조사는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5일 발표한 조사다.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이 40%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60%로 집계됐다. 무선 RDD 활용 ARS 방식으로 응답률은 4.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조사는 총 10개 문항으로 이뤄졌는데 윤 대통령의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를 물은 뒤 3번 문항에선 “선생님께서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라고 물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대통령의 지지율을 묻는 것은 오류가 있고 3번 문항에서 사용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 등의 표현은 전제가 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직후 리얼미터, 한국갤럽, NBS 등 주요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 조사를 중단한 바 있다.

이어진 4번 문항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언급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시스템의 해킹 및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한 의혹 해소를 위해, 선관위 선거시스템에 대한 공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는가”, 5번 문항은 “중앙선관위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국민 여론과 다소 다른 조사 결과에 정치권에선 조사 편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3번부터 5번까지 연이은 3개의 문항의 객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부정선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응답 도중 전화를 끊는 중도 이탈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특정 집단의 여론이 과표집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해당 조사에선 이념 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가 262명으로 진보 201명보다 61명이 많았다.

세계일보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 질문지 일부 문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자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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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해당 조사에 대한 고발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문항 설계 자체가 특정한 방향으로 (결과를) 유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론조사를 통해 여론을 호도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무슨 조항으로 고발하겠다는 건지 밝히라”며 “여론조사마저 길들이려는 간악한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유시민 작가도 지난 6일 MBC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자기들끼리 믿기 위한 (여론조사)다.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자기들끼리 마약을 나눠 먹고 밤새 춤추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극우 유튜버가 운영하는 언론사인지도 모를 그런 인터넷 언론사 명의로 의뢰해, 주로 그 사람이 주는 여론조사만 받아서 하는 회사가 ARS 조사를 한 것”이라며 “명태균씨가 조작했던 여론조사가 훨씬 깔끔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연이어 권한대행을 탄핵한 민주당에 대한 반감, 숨어있던 샤이 강성보수층의 등판이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일 전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탄핵심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절박감과 위기의식을 느끼는 보수층이 여론조사에서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고발 협박으로 여론조사를 길들이려는 간악한 시도”라고 반발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YTN ‘뉴스파이팅’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과연 이 계엄이라는 것이 왜 일어났는가라는 사실을 국민들께서 주목하시면서, 어떤 반대급부로 민주당이 국회에서 입법독재를 저지르고 있는 부분을 보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한편에선 “실제 민심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 계엄 한 번 더 하면, 그럼 지지도 더 올라가냐”며 “그 지지층만 가지고 앞으로 정치하겠다는 거 아닌가. 그건 당 망하는 것이다. 보수가 망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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