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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빈 집 쇼크]② “물려받은 집 처치 곤란”…2050년 빈 집 324만채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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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빈 집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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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빈 집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시대이지만 처치가 곤란한 빈 집도 늘어나는 모순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빈 집 문제는 당장 인구 소멸 속도가 빠른 지방을 중심으로 심화될 전망이다. 서울 등 수도권이 빈 집으로부터 안전지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수도권 역시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부터 빈 집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으로 지방을 중심으로 빈 집이 늘어났지만, 이제는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빈 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050년에는 사람이 살지 않은 채 방치되는 집이 111% 넘게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년 이상 빈 집 38만가구… 서울에도 1만724채

통계청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의 빈 집은 153만4919가구다. 이 중 1년 이상 사람이 살지 않은 집은 38만7326가구에 달한다.

현재 빈 집은 농어촌 지역에 집중돼 있다. 빈 집의 68%가 농어촌 지역에 몰려 있다. 특히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면 단위 농어촌 지역의 빈집은 전체의 17.9%를 차지한다. 다섯 집 중 한 집이 빈 꼴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도 빈 집 문제에서 안전하지 않다. 서울의 빈 집 수는 10만7681가구다. 인천(8만4414가구), 경기(28만6140가구)까지 합치면 수도권의 빈 집은 47만8235가구에 달한다. 1년 이상 빈 집인 상태인 곳도 ▲서울 1만724가구 ▲인천 1만752가구 ▲경기 4만1742가구로 총 6만3218가구에 달한다. 전국의 1년 이상 빈 집 가운데 16.3%가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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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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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뒤인 2040년부터는 빈 집이 늘어나는 속도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한반도미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총가구수가 하락하는 2040년을 전후로 실질 주택값이 하락하면서 빈 집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빈 집은 2040년 239만가구, 2050년에는 324만가구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빈 집이 전체 주택 수의 각각 9.1%, 13%를 차지하게 된다. 불과 25년 만에 빈 집이 111.8%가량 증가하는 것이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세미나에서 “현재 대략 2% 정도가 순수한 빈집으로 보이는데 2050년경에는 거의 8%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빈 집 왜 늘어나나… 상속 받고 방치·재개발 위해 비워둬

빈 집이 생기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노령 인구가 많은 농어촌 지역은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면 집이 비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집은 자녀 등에게 상속되지만, 자녀들은 오래된 연식의 집에 직접 거주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집이 빈 상태로 두게 된다. 그렇다고 집을 팔자니 농어촌 지역에서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지면서 농어촌 지역에서는 이러한 연유로 빈 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경남 고성군의 고향집을 비워 뒀다는 김성진(가명·57세)씨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 재산을 정리했는데 시골집을 어떻게 처리할지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며 “형제들이 모두 서울에 정착해 1년에 한 두 번 집에 내려가는 상황이어서 집을 팔자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김 씨는 “그런데 유년 시절 부모님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라서 반대하는 형제도 있어서 당분간은 집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며 “솔직히 집을 판다고 해도 오래된 집이 팔릴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상속 후 주택에 관한 복잡한 지분 관계도 빈 집이 생기는 이유다. 빈 집 정비업계 관계자는 “빈 집을 정비하고자 빈 집 소유자에게 연락했더니 그 집에 대해 사돈의 팔촌까지 얽혀있는 경우도 꽤 있다”며 “이러한 경우는 소유권이 확실하지 않고 소유자들끼리 의견을 합치하기가 어려워 관리나 정비를 포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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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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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노후화를 이유로 소유자가 집을 떠나 빈 집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지어진 지 35년이 지난 빈 집은 46만2861채에 달한다. 전체 빈 집의 30.2%가 노후화가 상당 진행된 것이다. 지역 산업 쇠퇴에 따른 일자리 감소도 빈 집 감소 요인 중 하나다.

이다예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부적으로는 주택 자체의 구조·기능적 측면이 불량하거나 규모가 협소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주택의 활용도가 낮으면 수요가 감소해 빈집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소유자 사망 이후 상속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후 방치하는 등 개인의 문제나 심리적 요인에 의해 빈집이 발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에서는 재개발 등으로 인해 빈 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에서 용산·종로구 등 도심 지역에서 빈 집 문제가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 책임연구원은 “지역 산업 쇠퇴에 따른 인구 유출 등 거시적인 사회 변화의 영향이나 신시가지 개발 및 정비구역 지정과 같은 공공의 정책적 결정에 의해서도 빈집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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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3일 서울 용산구 재개발 지역의 집이 비어 있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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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한 두 곳 생기면…주거 환경 악화

빈 집이 생긴 지역은 지역을 쇠퇴시킨다. 빈 집 소유자는 주택을 방치할 가능성이 크다. 조정희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빈 집의 부정적 외부효과로 인해 주변 주민들은 피해를 보지만 빈 집 소유자는 빈 집을 방치하는 데 있어 별도의 비용이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빈 집을 관리할 유인을 갖지 못한다”며 “빈 집의 방치는 빈 집 소유자 개인의 이익과 공익이 서로 괴리되는 시장 실패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위생도 악화될 수 있다. 화재, 붕괴 등 안전 사고의 위험도 커진다. 집 주인이 없으니 범죄의 위험에도 노출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주거 환경 악화는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주게 되면서 또 다른 빈 집을 생기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빈 집의 전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이는 지역 경제와 공동체의 활력 감소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지역 자체가 소멸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빈 집이 늘어난 지역은 주거 환경 악화 등으로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한 도시 재정비마저 쉽지 않게 만들어 도시 전체를 슬럼화시킨다. 결국 빈 집이 늘어난 지역 대신 대도시 중심부로 주택 구입 수요가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도시 재정비는 주택 가격 상승에 힘입어 이뤄지는데 주택 가격이 정체되면 도시재생이 멈추게 된다”며 “결국 일단 빈집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도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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