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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부델리섬에서 홀로 생활할 당시의 모란디
32년이란 긴 세월을 지중해 무인도에서 홀로 지내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로 불린 이탈리아의 마우로 모란디(85)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모란디는 그는 지난해 여름 낙상 사고 이후 건강이 악화해 고향인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로 돌아와 최근 양로원 입원한 뒤 3일 숨졌습니다.
배가 난파돼 무인도에 살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국 작가 대니얼 디포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와 달리 모란디는 자발적인 은둔자였습니다.
체육교사였던 그는 1989년 자신의 소형 보트로 남태평양 여행을 시도했다가 배가 고장나는 바람에 이탈리아 서쪽 바다의 부델리섬에 발을 들였고, 섬 관리인이 곧 은퇴한다는 얘기를 듣고 항해를 포기한 뒤 이 섬에 정착했습니다.
1.6㎢ 크기의 부델리섬은 핑크빛 백사장으로 유명한 천혜의 명소입니다.
이탈리아 영화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1964년에 만든 '붉은 사막'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낀 모란디는 부델리섬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모란디는 32년 동안 섬에서 혼자 살며 길을 정비하고 해변을 청소했고, 관광객에게 섬의 생태계를 안내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섬의 새와 나무 등 생태 환경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리기도 했습니다.
식료품이나 생필품은 부델리섬 인근의 라 마달레나섬에서 배편으로 공급받고, 직접 제작한 태양열 발전기로 전등·냉장고·인터넷 연결 등에 필요한 전기를 모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소유권 다툼 끝에 2016년 이 섬을 인수한 라 마달레나 해상국립공원 측은 섬을 생태·환경교육의 장으로 만들기로 하고 모란디의 자택에 구조변경을 요구했습니다.
불응 시 섬에서 나가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습니다.
라 마달레나 공원 당국의 결정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고 그의 퇴거에 반대하는 청원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긴 싸움에 지친 모란디는 2021년 부델리섬을 떠나 라 마달레나 섬에 있는 소형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당시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부델리섬을 떠난 이후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나는 고요함에 너무 익숙해졌다. 지금은 끊임없는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란디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7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팔로워들은 그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한 팔로워는 "안녕, 마우로. 이제 수십 년 동안 당신을 지켜준 섬으로 돌아갈 수 있겠네요"라고 썼습니다.
(사진=마우로 모란디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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