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념·성별 편 가르기
“내 지역 아니면 상관없다”
참사에도 비하발언 쏟아져
시민들 “정치가 갈등 주범”
국가보다 사익따라 움직여
“팬덤정치 뜯어고쳐야” 지적
“내 지역 아니면 상관없다”
참사에도 비하발언 쏟아져
시민들 “정치가 갈등 주범”
국가보다 사익따라 움직여
“팬덤정치 뜯어고쳐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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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호남 지역) 동네 사고인데 무슨 상관인가요.” “무안 제주항공 사고는 주식 매수 기회네요.”
사상 최악의 항공 참사로 기록될 무안 제주항공 사고도 한반도를 뒤덮은 혐오를 걷어내지는 못했다.
지역 비하를 비롯한 정치적 발언은 유족들의 가슴을 후볐다. 사고 지역이 전라도라는 점을 지적하며 희생자를 비하하는 글들이 올라왔고 전라도가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에 책임을 물어라” “민주당이 허가해줘서 사고가 났다” 등 무책임한 정치적 발언이 쏟아졌다.
성차별 발언도 나왔다. 2018년 제주항공은 기장·부기장을 모두 여성으로 구성한 비행 편조를 운영했는데, 이 소식을 다시 언급하며 여성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이들이 있었다.
한 증권 관련 커뮤니티에는 ‘주식계좌가 반 토막 나도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면 좋겠다’는 질문에 대한 찬반 투표가 올라오기도 했다. 179명이 희생당한 대형 참사가 발생했지만 이마저 혐오 소재로 사용된 것이다.
대한민국이 갈등과 혐오로 얼룩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시민 100명을 만나 인터뷰한 결과 이처럼 ‘진영 논리’에 기반한 상대방에 대한 증오가 다수 확인됐다.
한 전문직 남성(58)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질문하는 걸 보면 여당 의원들은 사전에 준비를 거의 하지 않은 것 같았다”며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통령은 여권 사람들과의 모임 때 무조건 폭탄주부터 돌린다는데, 다들 술만 먹다 보니 공부를 안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원 원상현 씨(가명·42)는 “대통령이나 보수, 검찰이 너무 일방적으로 진보를 몰아붙이고 대화 파트너로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며 “야당·진보세력과 여권이 완전히 갈라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여권의 안하무인격 태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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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진영 논리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더욱 강화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를 두고 찬반 집회가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에서 잇따라 열리며 두 쪽으로 갈라진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강성 지지층은 계엄 사태에 대해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막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두둔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대다수 국민과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한 남성 고등학교 교사(40)는 “사회 전반적으로 계엄이 반헌법적 행위고 대통령을 탄핵시켜야 나라가 안정된다고 이야기하는 분이 많은데 저는 ‘계엄은 필요했고 탄핵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와 배후 세력이 부정선거를 지속하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윤 대통령의 계엄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또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을 위해 탄핵을 남발하고 예산 횡포를 부리는 야당의 무법 행태가 이번 사태의 진짜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갈라진 대한민국을 만든 주범은 바로 ‘정치권’이라는 시민들 지적이 나온다. 매일경제가 인터뷰한 시민 100명 중에는 여야가 국가 미래를 진정으로 고민하기보다 당이나 지도부의 사익만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안전관리 분야 종사자인 편철호 씨(40)는 “현재 정당은 자기 이익을 정치로 귀결시키려는 꾼들이 모여 있어 국민 입장에서는 ‘누가 우리 피를 덜 빨아먹을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국민이 진영 논리에 갇히지 말고 투표해 이 같은 풍토를 천천히 고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모 공기업 직원인 이혜린 씨(27)는 “우리 사회엔 당장 해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가 많은데,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기는커녕 오히려 늘 싸움과 정쟁에만 골몰한다”며 “정치에 대한 시민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인이 오히려 갈등과 혐오를 이용해 세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인이 큰 잘못을 하면 과거에는 사과부터 했지만, 지금은 극성 지지자를 부추겨 자신의 방어막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랜서 곽남주 씨(37)는 “지지자들의 팬덤 정치 환호를 정치인이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죄를 지었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정당히 치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편의 나쁜 짓은 못 본 척하고 남의 잘못만 대서특필한다”며 “이래서 정치 혐오 현상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김세민 씨(25)도 “사돈의 팔촌까지 뒷조사해서 서로 헐뜯는 것을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초등학생도 그렇게는 안 싸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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