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반란은 다수의 군인이 작당해 병기를 휴대하고 국권 내지 국가기관에 반항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국권에는 ‘군의 통수권 및 지휘권’이 포함된다. 현재 국군조직법 및 합동참모본부 직제(대통령령) 등은 군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군사작전 및 군령 작용을 ‘합참의장’이 지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계엄 시행 등 업무 역시 합참의장의 임무로 되어 있다. 계엄의 시행은 군부대 이동과 병력 투입이 필수적 요소이다. 이는 전투준비태세 유지와 직결된다. 관계 법령이 합참의장으로 하여금 계엄업무를 통제하도록 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실제로 매년 실시하는 을지훈련(UFS 훈련) 시 합참의장이 계엄사령관이 되어 합참에 계엄처를 설치하는 연습을 한다.
여기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계엄법은 국군조직법에 대한 특별법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통령도 계엄을 시행할 때엔 법령에 따른 군의 조직·지휘체계를 준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3 내란 당시 군 장성들은 법령이 아닌 대통령의 위법한 명령에 따라 무장병력을 지휘·투입해 헌법기관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군 장성들은 작전(군령) 및 계엄업무의 최고 책임자인 ‘합참의장’에게 작전병력 투입과 계엄에 대한 사전보고를 하지 않았다. 소수의 군 장성들이 법령이 정한 군의 지휘통수체계가 아닌 비선 조직을 통해 헌법기관의 전복을 꾀한 것이다. 전형적인 군사반란에 해당한다.
이번 내란 사건은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지휘한 것으로 군사반란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신군부 계엄군의 행위가 군의 최고통수권자인 당시 최규하 대통령의 재가하에 이뤄진 것으로 반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96도3376 판결)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번 12·3 내란 및 군사반란 사건에 위 판결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당시 최규하 대통령은 내란범이 아닌 정상적인 대통령으로서 재가 등 행위를 한 것이고, 또한 당시 계엄사령관인 육군참모총장(대장 이희성)은 군령권과 군정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는 점 등에서 사실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군통수권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초법적인 제왕적 권한이 아니다. 대한민국 군대도 대통령의 사병집단이 아니다. 대통령이 군의 최고통수권자이기 때문에 그의 명을 따른 군인에게는 군사반란이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성립되기 어려운 반헌법적 주장이다. 소수의 장성이 정상적인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최고 지휘관인 합참의장 모르게 작전병력을 움직여 헌법기관 전복을 시도하고 안보태세에 구멍을 낸 행위가 군사반란이 아니라는 논리는 용납되기 어렵다. 이들의 행위는 누구의 명령에 따랐는지에 상관없이 군의 지휘통수체계를 침해한 것으로서 군사반란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번 내란 및 군사반란은 법령에 정해진 정상적인 군의 조직체계와 지휘체계가 유지되었다면 절대 발생할 수 없었다. 군형법의 군사반란죄는 형법의 내란죄보다 더 중하게 처벌되고, 처벌 범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내란 가담 군 장성들을 군사반란죄로 처벌하는 일은 대한민국에서 군사쿠데타의 재발을 원천 차단하는 동시에 군사반란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로서 대한민국의 헌법수호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검찰 특수본은 조속히 내란 가담 군 장성들을 군사반란죄의 수괴로 추가 기소해야 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