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8 (수)

[여적] 한국판 ‘MAGA’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21년 1월6일, ‘마가’(MAGA)라 불리는 극렬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막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폭동을 일으켰다. 국회를 지키려고 자발적으로 달려간 경찰관은 폭도들에게 의식을 잃을 때까지 집단구타당했고, “어린 자식이 있다”고 애원한 끝에 겨우 풀려났다. 폭동 이후 정신적·신체적 트라우마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만 4명에 달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마가를 선동해 폭동을 부추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20일 백악관으로 돌아온다. 그의 귀환과 함께 1000여명의 폭도들이 대거 사면될 예정이다. 트럼프와 마가는 역사를 재구성하려 한다. 폭도는 ‘애국자’로, 의사당 폭동이 일어난 날은 ‘사랑의 날’로 명명한다. ‘트럼프 친위대’로 꼽히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의원은 심지어 그날을 국경일로 지정하자고 주장한다. 목숨 걸고 국회를 지켰던 경찰과 유족들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데 말이다.

대통령 윤석열과 그의 관저로 달려간 국민의힘 의원 44명이 꿈꾸는 그림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윤상현 의원이 “1년만 지나면 다 찍어줄 것”이라 호언장담하는 것도 트럼프 귀환을 보며 얻은 배짱일지 모른다. 실제 이들은 정확히 트럼프 전략을 따라 하고 있다. 윤석열은 내란 옹호자들을 “애국시민”으로 호명하며 끝까지 싸우라 선동한다. 국민의힘 대변인은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을 “과천상륙작전”이라 불렀다. 윤석열 지지 집회에 등장한 ‘도둑질을 멈춰라’ 팻말은 4년 전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외쳤던 구호와 똑같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다르다. 한국에서 국회 장악 시도를 한 것은 지지자들이 아닌, 대통령 본인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군을 움직여 국회의원과 선관위 직원을 납치하려 한 증거들이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 의회는 폭도 난입을 막지 못했지만, 한국 시민들은 계엄군과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있으나, 상식을 갖춘 대다수 시민들은 직접 온라인에서 이를 일축·반박한다. 윤석열 친위대를 제외한 보수들도 법과 원칙을 지키려 목소리를 합하고 있다. 한국판 ‘마가’의 꿈은 실패할 것이다.

경향신문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윤석열 지지자들이 들고 있는 팻말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외쳤던 구호와 똑같은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문구가 쓰여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막기 위해 관저 앞에서 ‘인간방패’ 자처한 국민의힘 의원 44명>

◆대구·경북 (15명)
강대식(대구 동군위을) 강명구(경북 구미을) 구자근(경북 구미갑) 권영진(대구 달서병) 김석기(경북 경주) 김승수(대구 북을) 김정재(경북 포항북) 송언석(경북 김천)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이상휘(경북 포항남울릉) 이인선(대구 수성을) 임이자(경북 상주문경) 임종득(경북 영주영양봉화) 조지연(경북 경산) 최은석(대구 동군위갑)

◆부산울산경남 (11명)
강민국(경남 진주을) 김기현(울산 남을) 김종양(경남 창원의창) 박대출(경남 진주갑) 박성민(울산 중) 박성훈(부산 북을) 서일준(경남 거제) 서천호(경남 사천남해하동) 이종욱(경남 창원진해) 정동만(부산 기장)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서울경기 (5명)
김선교(경기 여주양평) 김은혜(경기 성남분당을) 나경원(서울 동작을)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조은희(서울 서초갑)

◆충남충북 (3명)
강승규(충남 홍성예산) 엄태영(충북 제송언서천단양) 장동혁(충남 보령서천)

◆강원 (2명)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비례 (8명)
강선영 김위상 김장겸 박준태 박충권 이달희 조배숙 최수진


정유진 논설위원 sogun77@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