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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연이은 사립대 등록금 인상에 “대학재정구조 큰 틀서 접근해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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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3년 만에 대학 등록금 인상에 나선 서강대.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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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서강대가 2025학년도 대학 등록금을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서울 주요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사립대 총장들은 최우선 현안으로 ‘대학 등록금 인상’을 꼽으며 인상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 속에서 대학 재정 구조를 재정립하려면 등록금 인상을 넘어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투자 규모, 사학법인의 공적 책임성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강대와 국민대는 2025학년도 대학 등록금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서강대와 국민대의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최근 각각 등록금 4.85%, 4.97%를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서강대의 등록금 인상은 13년 만이고, 국민대도 17년만이다. 서울 주요 사립대학 중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등도 등록금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2025학년도 대학 등록금은 동결하는 대신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7% 인상하기로 했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사총협)는 이날 대학 현안 조사 결과를 배포하며 등록금 인상 분위기에 기조를 맞췄다. 사총협 조사결과를 보면 사립대 총장 4명 중 3명(75.9%)이 1순위 대학 현안으로 ‘대학 등록금 인상’을 꼽았다. 사립대 총장들은 등록금 동결로 ‘첨단 교육시설 확충 및 개선’(83.3%), ‘우수 교직원 채용 및 충원’(82.2%)이 매우 어렵다고 했다.

등록금 인상을 시도하는 사립대에선 “학생들도 시설 개선 등을 위한 등록금 인상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대학에선 학생들이 대학본부의 등록금 인상 시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성균관대 대학본부가 지난달 27일 열린 등심위에서 “13년간 학부 등록금 동결과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재정적으로 어렵다”며 등록금 일부 인상이 필요하다고 하자 학부 학생위원 측은 “학생 부담 고려해 등록금 동결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민지 국가교육위원회 비상임위원은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을 받아들일 분위기가 전보다는 커졌지만, 2023년에 대학생 7000명에게 물어봤을 때에도 98% 정도가 등록금 인상에 반대했다”고 했다.

사립대 측에선 등록금 인상의 명분으로 “16년 동안 동결돼 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대학들이 대학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하던 2000년대 초반 과도하게 학생 부담을 키운 책임이 있다. 2001~2008년 모두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국립·사립대의 등록금 상승률이 높았다. 2007년에는 전년도 물가상승률이 2.2%에 불과했지만 사립대 6.6%, 국립대 10.3%씩 등록금을 올렸다.

대학의 과도한 등록금 인상이 지속되자 2008년부터 대학가와 시민사회에서 반값 등록금 운동이 본격화됐다. 국회는 2010년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며 등록금 인상률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교육부는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등록금 인상률 연계하고, 학부 등록금을 인상하는 학교에는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을 하지 않는다. 국가장학금 2유형의 올해 지원액은 2600억원으로 학교당 평균 8억~9억원 수준이다.

서울권 일부 사립대는 국가장학금 2유형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올리는 게 대학 재정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홍익대는 지난해 11월 진행한 등심위에서 “일시적으로 못 받는 국가장학금 금액보다 등록금 인상으로 늘어나는 수입이 학교 재정 건전성에 더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강대는 못 받게 되는 국가장학금만큼을, 등록금 인상액에서 주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서울 주요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 시도를 계기로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린 대학 재정구조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등록금 인상만이 아니라 대학들이 쌓아둔 수천억원 규모의 적립금, 낮은 사학법인의 법정부담전입금 비율,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투자 등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립금 규모가 큰 이화여대의 경우 교비·법인 적립금은 지난해 기준 6561억원에 달한다. 2020년 기준 사립대 법인전입금 총액은 6905억원으로 전체 수입 대비 3.8%에 불과했다. 지난해 성신여대(1억2000만원), 서강대(6억6140만원), 상명대·세종대(8억원)의 법인전입금은 10억원을 넘지 못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사립대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학 등록금은 여전히 결코 저렴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령인구가 급격히 주는데 대학이 등록금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대학에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사학법인의 재정 부담 비중을 늘리는 등의 논의를 해야할 시점”이라고 했다. 조인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수입을 늘리려는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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