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유출에 있어 인공지능(AI)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1만명당 AI 기술 보유자의 순유출은 -0.30명이라고 한다. 이웃 일본은 같은 기간 순유입 +0.54명으로, 오히려 해외에서 일본 내로 AI 기술자가 유입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AI 선진국들도 꾸준히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인공지능 인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AI 인재 유출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 시카코대 폴슨연구소는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이수한 AI 인재 40%가 해외로 떠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보면, 특히 고급 인재의 해외 유출 및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국내 AI 산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급 인력은 시장의 수요 대비 초과 공급되는 반면, 고급 인력은 향후에도 계속 부족 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이후, 해외에서 유학을 마친 후 귀국하지 않고 현지 해외 빅테크에 취업을 하거나, 시작부터 바로 해외에서 창업하는 이른바 국내파 해외 스타트업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AI 인재 유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으며, 엔지니어를 푸대접하는 사회적 정서에 선진국 대비 열악한 처우 등으로 인해, 이러한 고급 인재 유출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재 유출은 곧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AI 인재 유출로 인해 AI 관련 산업의 노하우와 기술도 함께 유출되면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저하도 불가피해질 것이다.
AI 기술의 영향력은 특정 산업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자, 통신, 금융, 자동차, 엔지니어링, 법률, 교육, 헬스케어를 비롯해 최근에는 국방, 공공행정 등 전방위적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만큼 AI 인재 유출에 따른 산업계의 잠재적 손실은 막대하다. AI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정책과 제도적 뒷받침, 그리고 사회적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대한민국에는 아직 AI 유니콘이 없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AI 불모지였던 일본은 AI 스타트업 사카나AI가 설립 1년 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특히, 사카나AI는 2명의 구글 본사 출신 외국인 창업자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라는 점이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AI 인재 양성을 국가 전략 중심 어젠다로 삼고 있다. 미국의 H1B 비자와 유사한 '고급 외국인 인재 비자'와 '미래 창조 인재 제도(J-Find)'를 통해 국내 인재 육성과 함께 적극적인 해외 인재 유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이 2020년 이후 AI 인력 순유입국으로 전환하고, 사카나AI가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AI 유니콘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인재 양성 및 유치 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73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AI 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에 한국은 2군 격인 '안정적 AI 경쟁국가(AI steady contenders)'로 분류됐다. 1군 격인 'AI 선도국가(AI pioneers)'에 선정된 싱가포르 같은 경우는 AI 전문 인재 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AI 선도국가'가 될 수 있었다. 한국의 AI 경쟁력이 세계 3위권이라는 자평이 무색해졌다.
지금과 같은 AI 인재 유출이 지속된다면, 'AI 3대 강국(AI G3)' 목표 달성은 요원할 것이다. 대한민국에 AI 유니콘도 요원할 수 있다. 산업 분야별로 AI 기술을 융합하고 접목하는 AI 전환(AX:AI Transformation)이 본격화되고 있다. 산학연정이 모두 한마음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 2025년 을사년 새해에, 대한민국의 AI 유니콘 탄생을 기대해 본다.
김동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 부회장·포티투마루 대표 crisp@42Maru.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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