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떨어진 일본제철
수요 늘어나는 美 포기못해
친환경 전략서도 필수존재
트럼프 신정부서 반전 기대
수요 늘어나는 美 포기못해
친환경 전략서도 필수존재
트럼프 신정부서 반전 기대
7일 일본제철 도쿄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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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건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허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와 기업 모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과 동맹국 관계로 미국 측 의견을 항상 존중해오던 것이 일본 정·재계 관례였음을 볼 때,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7일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바이든 대통령의 위법한 정치 개입으로 심사가 적절하지 않았으므로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어 미 정부 심사의 무효를 요구하는 불복 소송 등을 냈다며 “승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사 항전’이라는 표현까지 쓴 하시모토 회장은 “미국에서의 사업 수행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포기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산업계에서 미일 간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 제대로 된 설명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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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미국 철강 시장 주도권 잡기
이처럼 일본이 미국 행정부와 소송전을 벌일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크게 3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우선 성장동력이 떨어져가는 일본제철의 생존을 위해서는 US스틸 인수를 포함한 사업다각화가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이다.
2019년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와 2020년도 등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일본제철은 2022년도에 5036억엔(약 4조6300억원)까지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2023년도는 3242억엔(약 2조9800억원)으로 미끄러졌고, 2024년도 실적도 전년 대비 30% 정도 감소가 전망되고 있다.
실적부진의 이유는 성장 시장에서의 부진이다. 전 세계 철강 시장은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주역은 중국과 인도다.
중국은 세계 1·3위 철강업체를 가진 강국으로 지난해 일본스틸은 현지 합작회사 청산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도도 유럽 아르셀로미탈과의 합작사가 있지만 현지 업체가 급속히 성장하며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주요 선진국에서 유일하게 수요가 늘고 있는 미국 시장에 대해 일본제철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보호무역주의가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일이 동맹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US스틸 인수는 일본제철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할 경우 2023년 조강 생산능력 기준으로 5941만톤으로 중국 안스틸(5589만톤)을 제치고 세계 3위가 된다.
시설이 낙후된 US스틸은 공장 개보수를 통해 현대화를 하면 성장여력이 크다. 일본제철이 목표로 하는 2030년 1억톤 생산도 겨눠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1억톤 이상 철강을 생산하는 곳은 중국 바오산철강(1억3077만톤)이 유일하다.
US스틸의 미국 펜실베니아 공장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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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철강업 확대에도 도움
두 번째로는 친환경 철강업으로의 전환이다. 철강업은 제조업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다. 탈탄소 기술과 관련해 앞서 있는 일본제철은 이를 US스틸에 접목할 경우 친환경 철강업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여기에 전기차 모터에 필수 철강 제품인 무방향성 전자강판 생산과 관련해 일본제철의 기술력은 높다. 최근 US스틸도 관련 공장을 가동했지만 일본제철을 통해 기술력을 높일 경우 미국 자동차업체 등에 대한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철강업 특성상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데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미국서 사업을 전개할 경우 여기에도 도움이 된다. 당장 일본은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미국은 반대로 신재생에너지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또 US스틸이 보유한 미네소타 철광석 광산도 일본제철이 탐낼 만한 자산이다. US스틸은 이곳에서 팰릿을 생산할 예정인데, 이는 친환경 고로로 불리는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등에 꼭 필요한 요소로 꼽힌다.
US스틸 매각에 여전히 부정적인 트럼프 당선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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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신정부 출범 후 ‘뒤집기’
마지막으로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이후의 반전을 노리는 의도도 있다. 소송전을 시작해 매각 중지 명령의 효력을 중단시킨 뒤, 트럼프와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것이다.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을 바꾸게 하려면 지난해 일본제철이 밝힌 27억달러(약 3조9600억원)를 넘어서는 추가 설비 투자 등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US스틸 인수를 위해 149억달러(약 21조7000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일본제철로서는 추가 투자는 재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은 6일 소셜미디어(SNS)에 “관세가 더 수익성이 있고 가치가 있는 회사로 만들어줄 텐데 왜 지금 그들은 US스틸을 팔기를 원하느냐”며 재차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기존 입장을 완전히 번복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US스틸의 설득이 먹힐 지 여부는 미지수다.
여기에 오는 6월까지 인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일본제철은 US스틸에 5억6500만달러(약 83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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