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책 ‘스모크&피클스’ 한글 번역판 출간
요리 철학·여정 담아…“계속 도전하며 새로운 요리 추구”
“한글 책 출간 감격…한국 더 많이 찾을 것”
에드워드 리 셰프가 ‘스모크&피클스(SmokeΠckles)’의 한글 번역판을 8일 국내에 출간한다. [위즈덤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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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셰프는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아티스트다. 이 책에는 요리에 대한 저의 아이디어, 철학, 여정이 담겨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맛과 품격은 물론,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삶을 음식으로 풀어내 큰 감동을 전한 에드워드 리 셰프가 첫 번째 요리책 ‘스모크&피클스(SmokeΠckles)’의 한글 번역판을 8일 국내에 출간한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자택 주방에서 ‘스모크&피클스’ 출간 기념 줌(ZOOM)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책이 한글로 나오는 것은 저에게 굉장한 의미가 있다. 매우 감격스럽다”며 “너무나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한국 팬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저라는 사람을 더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요리할 때 맛이 가장 중요하지만 음식을 통해 삶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레시피를 따라 요리하기보다 이야기와 마음을 담은 새로운 요리를 하려 한다.
30년 넘게 요리를 하고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셰프지만 에드워드 리는 여전히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는 요리를 할 때 지키는 원칙이 있냐는 질문에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정해진 규칙은 딱히 없다. 요리는 개인을 반영하기 때문에 제가 누구인지 변화하다 보면 요리도 바뀐다”며 “스스로 같은 요리를 만들지 않고 계속 도전해 나가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 계속 성장해 가는 셰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셰프라는 직업에 대해 노동 시간이 길고,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그림자처럼 뒤에서 일한다는 면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여정 끝에 상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여정 자체가 상이다. 매일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나에게는 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셰프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지루하고 힘들겠지만 과정 자체를 사랑해야 한다.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도전에 뛰어들 자세가 돼 있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방송에서 “나에게 한국 이름은 ‘균’입니다. 그래서 이 요리는 이균이 만들었어요.”라고 말한 것처럼 에드워드 리는 이민자로서의 정체성과 자신의 삶을 요리로 표현한다. ‘스모크&피클스’에는 미국 남부 요리와 한국 전통 음식을 결합한 독창적인 요리 세계가 담겨 있다.
요리 레시피와 함께 에세이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에드워드 리의 개인적인 성장 과정과 요리 세계가 확장되는 여정을 따라 소, 돼지, 양, 해산물, 피클, 버번에서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가정에서 다룰 수 있는 모든 식재료를 소개한다. 그는 김치, 고추장, 된장 같은 한국의 전통 재료와 남부 특유의 훈연 기술, 버번 등의 지역적 색채를 결합해 ‘6분 삶은 달걀과 딸기 케첩을 곁들인 스테이크 타르타르’, ‘단호박 만두 사골국’, ‘커리 돼지고기 파이’, ‘송어 튀김 샌드위치’ 등의 요리로 선보인다. 그의 소울 푸드인 ‘프라이드 치킨과 와플’ 요리도 만날 수 있다.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냄비밥’에 대한 이야기와 레시피로 책의 서문을 연다. 챕터마다 첫 번째 레시피는 ‘덮밥’으로 시작한다. 집에 돈이 없어서 갈비는 자주 못 먹고 죽이나 미역국을 많이 먹었고, 된장찌개나 깍두기, 장조림을 좋아했다고 한다.
미국 남부 음식과 한국 음식을 연결지은 것에 대해 에드워드 리는 “사는 세상이 다르고 재료가 다르지만 사람들이 음식에 접근하는 방식은 비슷한 것 같다. 음식과 문화가 연결돼 있는 것 같다”며 남부에서 고기, 빵, 피클을 먹는 것은 한식에서 갈비, 밥, 반찬을 먹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리 셰프의 저서 ‘스모크&피클스’ 표지. [위즈덤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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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라는 본업을 하면서 에세이를 담은 책을 낸 계기에 대해 그는 “내가 누구인지 나만의 언어로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뉴욕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읽기와 쓰기를 늘 즐겨 했다. 쓰기와 요리는 다르지만 예술을 보여주는 방식은 비슷하고, 그에게는 자신을 보여주는 방식의 최고가 요리, 그 다음이 쓰기였다는 것이다.
주방에서는 모든 일에 시간 제한이 있고, 카운트다운을 하며 일을 하는 반면, 쓰기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고 과정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에드워드 리가 쓰기를 즐기는 이유다. 그는 “글을 쓸 때는 뇌의 다른 부분을 사용한다. 독서와 글쓰기에 매우 고맙다”고 말했다.
요리 못지 않게 글쓰기에도 진심인 그는 “이 책은 주로 아주 늦은 밤에 쓰여졌다. 밤 11시부터 새벽 4시 사이 매주 2~3회씩 썼다”면서 “어떤 일을 정말 사랑하고 열정이 있으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시간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흑백요리사’에서 매번 새로운 요리를 개발한 데 대해선 “나의 강점은 30년 경력 있는 요리사였다는 점”이라며 “수많은 요리를 먹어 봤고 주제가 주어졌을 때 생각할 필요 없이 본능에 따라 했다”고 답했다.
방송 출연을 계기로 한국에서 유명해지고 큰 인기를 얻었지만 자신의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여전히 매일 일을 하고,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한국에 방문할 때 사람들이 사진을 요청하고 말을 거는 일이 많아졌는데 “굉장히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그동안 몇 년에 한 번 정도 방문했던 한국도 앞으로는 많이 방문할 계획이다. 당장 2주 후에도 한국을 찾을 예정이며 수많은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아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내 레스토랑 오픈을 팬들이 많지만 지금으로선 오픈 계획이 없다.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식당 일이 너무 바쁘고, 한국에 식당을 열면 자신이 직접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리는 “한국에 식당을 연다면 시간이 있을 때 하고 싶다. 한국 분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을 만한 곳으로 열고 싶다”며 “그냥 식당을 열어두기만 하고 없는 셰프가 되고 싶지 않다. 거기에 있고 직접 요리하는 셰프가 되고 싶다”는 지론을 밝혔다.
경연에 지쳤을 만도 한데 그는 요즘도 새로운 음식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지금 20개 정도의 다양한 요리를 개발 중”이라며 재료 중에선 ‘오미자’에 꽂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책은 ‘이균’이 쓴 최초의 요리책이자 국내 첫 번역서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위즈덤하우스는 ‘스모크&피클스’에 이어 오는 3월 ‘버터밀크 그래피티(Buttermilk Graffiti)’, 5월 ‘버번 랜드(Bourbon Land)’ 등 그의 컬렉션을 국내에 차례로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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