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차례 탄핵 과정 중 실물지표 영향 거의 없어… 심리적 불안감 측면 커
트럼프 2기 출범 등 국내외 불안 요소… 정치 혼란 장기화시 경제 여파 상당할 것
정치권에 "경제정책 당국, 행정부가 본연 임무에 집중토록 뒷받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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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이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성 증폭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의 측면이 크고, 불확실성이 조기 해소된다면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도 최소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권남훈(55) 산업연구원장은 6일 메트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정국이 경제와 우리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다"면서도 "그 자체로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권 원장은 "과거 2차례의 탄핵 과정에도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출렁였고, 소비자 심리지수(CSI), 기업경기 실사지수(BSI) 등 경제주체의 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가, 탄핵 과정이 마무리되면서 회복됐다"며 "하지만,산업생산지수나 소매판매지수 등 실물지표는 탄핵 과정 내내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는 "다만 경제 펀더멘탈이나 대외환경이 우호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대내외적 경제 불안 요소가 크고, 탄핵안 통과에도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며 정국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분석 역시 결국 불확실성이 얼마나 지속될지, 그 과정에서 경제환경이 얼마나 손상을 입을지 여부에 대해 해외 투자가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쉽게 확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정치 혼란 상황 자체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상당한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원장은 '경제정책을 정치와 분리해 안정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을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리더의 공백은 당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책의 안정성 상실이나 주요 의사결정의 차질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영향이 크다"며 "특히 현재는 트럼프 2기 출범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상황의 급변을 맞아 신속하고 책임있는 정책 결정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권을 향해 "경제정책 당국을 비롯한 행정부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권남훈 원장과의 일문일답.
- 탄핵 정국 속에서 오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국내외 여건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25일, 2025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2.1%, 수출 증가율은 2.2%로 전망했다. 이는 아직 불확실한 트럼프 2기 통상정책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며, 추가로 12월 이후 벌어진 정치적 불안정 상황 등 여파에 따라서 전망치를 더 낮춰야 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강력한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내세우고, 강한 대통령 권한을 이용한 양자적·일방적 통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상대국에 10~20% 보편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에는 60%에 달하는 고율관세 부과, 최혜국 대우 철회, 필수품 수입축소, 대중국 투자심사 강화, 민감·핵심 인프라 관련 자산매각 요구, 연방조달계약 배제 등 다양한 고강도 정책이 예고된 상황이다. 추가로 만약 각국이 보복관세 등 국제적 보호무역 전쟁에 나서거나, 중국의 제3국 밀어내기 수출 등으로 우리 업체들이 추가적 피해를 입으면 경제성장률은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또 정치 상황의 혼란은 전례로 볼 때 그 자체로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되지만, 만약 혼란이 장기화되거나 경제정책 거버넌스의 지속적 불안으로 이어지면 역시 상당한 여파를 미칠 수 있다."
- 미중 패권 경쟁 속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선 중국과 미국에 집중된 수출입 지역과 품목의 다각화 및 안정화 전략이 필요하다. 역대 최대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FTA 개정, 수출 쿼터 축소, 수출자율규제 등 압박에 나설 것이다. 현재 한국의 수출입은 품목과 지역 측면에서 상당히 집중된 구조여서 정책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며,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원유, 가스 등 에너지 수입 확대를 통해 적자를 축소하고, 대중 수출 품목 다변화와 신규 수출시장 발굴을 통한 수출 안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선 전환 또는 China+1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국의 대중 수입에서 한국산으로 대체 가능한 품목을 분석하고 기회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 산업별 영향은 어떤가.
"지난 몇 년간 대미 수출액이 급증하고 2023년 289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바 있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압박이 어떤 형태로든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철강, 이차전지 등도 정책변화의 형태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와 IRA 보조금의 취소, 철강은 관세 부과나 쿼터 축소, 이차전지의 경우도 보조금 철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과 타 국가에 대한 통상 압박 정도에 따라서는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크기는 당장에는 크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그보다는 중국과의 미래 경쟁에서의 교두보 확보가 가능하다면 긍정적일 것이다. 반면,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로 인한 내수 및 제3국 시장에서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 산업별 대응 방향은.
"조선산업은 협력 기회가 높아 보인다. 특수선 MRO(유지·보수·운영)뿐 아니라 국내 수주 생산 기회 확대, 인력교류, 조선기자재 수출 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철강은 232조 개정 및 무역구제조치 강화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협상전략이 필요하다. 기계산업은 친환경 정책 후퇴로 인한 일반기계 업종 수출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또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수출 부진 상황에서 국내 내수와 투자 촉진을 통한 보완에 힘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 캐즘과 해외로의 생산 이전으로 인한 상황 등을 보완하는 전기차 내수시장 활성화 정책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현재 타격을 입고 있으나 미래 중요성이 큰 분야에 대해 초격차 확보를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 한국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 경제와 산업은 대전환기를 맞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대결 구도 하의 신산업정책 패러다임 도래,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규제 강화, 디지털·AI(인공지능) 전환과 빅테크 중심의 산업 주도권 재편 등이 이뤄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세계 최저 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 성장동력 상실과 더불어 복지비용 상승, 국가부채 누적으로 인한 재정여력 악화 등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무역 관점에서 보면, 중국은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자체 내수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갈등 확산과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내수와 수출 환경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어느 하나도 대응하기 어려운 다양한 위기요인들이 한꺼번에 닥치고 있다."
- 복합 위기라는 진단인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방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며, 경제·산업·인프라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 특히,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결국 기업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과 개혁이 필요하다. 예컨대 신기술·신사업 관련 규제개혁, 출산율을 반등시키고 여성과 고령자 등 인적자원 배치를 효율화하기 위한 각종 제도개혁, 노동 및 교육개혁,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서비스산업 선진화, 디지털·AI 전환의 가속화 등이다. 이런 개혁들은 그간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과제였지만 속도와 범위가 미흡했고, 이제는 더 이상 지체되면 안 되는 상황이다."
- 반도체 등 주력 산업 경쟁력은 어떤가.
"한국의 주요 산업은 전반적으로 취약한 수요 기반에도 불구하고 생산단계에서의 우위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공급망 안정성에 취약하다. 특히, 최근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과의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 등 경쟁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기술 초격차 유지, 설계·서비스 융합 역량 향상 등 적극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도체 특별법, 전력망 특별법 등 당장 통과가 필요한 현안 법률뿐 아니라, 십수년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산업 발전법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신산업 정책의 융합적 추진체계를 위한 산업융합촉진법 개정, 효과적인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탄소중립 산업전환 촉진 특별법 제정 등 정비가 시급한 제도들이 산적해 있다."
- 한국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도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국 산업은 과거 성공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업의 진입이 둔화하고, 주력 산업구조가 고착화되며 신산업 창출이 미진한 상태다. 인공지능 등 새롭게 부상하는 신기술 개발과 더불어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기업과 산업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역동성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은 신기술 도입과 이를 통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혁신을 위한 투자, 인력 확보, 규제 개선, 금융 지원 등을 포괄적이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 올해 산업연구원이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어떤 의미인가.
"복합위기를 극복하려면 종합적 전략수립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와 근거에 기반한 연구들이 필요하다. 이런 역할을 산업연구원이 앞장서 담당해야 한다고 보고 올해 1월부로 기존의 업종 및 기능 중심의 연구조직을 인구감소 전환, 탄소중립 전환, 디지털·AI전환 등과, 경제안보 전략, 신성장동력 발굴, 지역경제정책 개발 등을 각각 전담하는 조직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현재 주력 제조업에 편중된 연구 기반을 서비스 산업 및 미래 신산업 분야로 확대하고, 정책당국 및 기업과의 연계·소통을 강화함으로써 보다 시의성 있고 데이터 및 최신정보에 기반한 정책대안을 생산해 내고자 한다."
■권남훈(55세) 산업연구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정보통신정책학회장, 한국산업조직학회장, 경제사회연구원장을 역임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 위원,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 금융위원회 옴부즈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했으며, 작년 9월 산업연구원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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