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적 장애가 있는 A군은 지난해 중학교에 입학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급생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폭언·폭행은 성추행까지 이어졌다.
강원 춘천시 한 중학교에서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지적 장애가 있는 동급생 A군의 목을 조르고 있다. A군 부모 제공 |
A군은 가해 학생들을 뿌리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지금 들어오지 않으면 목 졸라 죽일 것”이라는 협박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또 “어차피 맞을 텐데 도망가면 더 맞을까봐 도망가지 못했다”며 두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괴롭힘에 시달리던 A군은 담임교사와 교장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도와줄 수 없으니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었다고 주장했다.
학교의 미온적 대처에 두려움을 느낀 결국 A군은 2학기 동안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해야했다. 가해 학생 대부분이 A군과 같은 반인 점 등도 등교하지 못한 이유다.
지난해 9월 뒤늦게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열렸지만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사실관계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결론이 유보됐다.
최근 2차 학폭위 결과가 나왔지만 A군 부모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8명 가운데 1명만 강제전학 조치되고 나머지는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6일 강원 춘천시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앞에서 1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느린학습자인권보호시민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한 중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집단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피해자 지원 체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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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 부모는 “가해자들은 사과는커녕 오히려 쌍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몇몇은 집 앞으로 찾아와 2차 가해를 저질렀으나 전담조사관이 작성한 학교폭력 사안 조사보고서에서 이 내용은 기재되지 않았다”며 “자녀는 트라우마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군 부모와 느린 학습자 인권보호시민연대 등은 이달 6일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안의 진실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피해 학생이 학교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학습권을 보장하고 심리적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느린 학습자 특성을 반영한 학교폭력 지원체계를 마련하라”며 “아울러 해당 학교는 적극적으로 사건해결을 위해 협조하고 교육당국의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해당 학교 관계자는 “피해 학생이 상담사에게 피해를 호소했고 이 사실을 인지한상담사가 담임교사에게 알려 학교폭력으로 접수됐다”며 “이 과정에서 학교는 이를 숨기거나 축소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학년 부장과 담임교사를 통해 피해 학생에게 등교를 권했고 긴급조치 전담기구를 통해 일시보호를 결정, 일시보호 기간 출석 인정과 학습 방법에 대해서 협의했다”고 해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느린 학습자에 대한 지원은 교육감 공약 사업으로 2023년 제정한 조례를 근거로 강화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느린 학습자와 관련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특수교육 전문가를 투입하는 등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학교폭력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A군으로부터 접수된 고소장을 근거로 해당 학교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춘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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