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스타머·숄츠 등 유럽 정상 일제히 비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엘리제궁 연설에서 "10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의 소유자가 새로운 국제 반동 운동을 지지하고 독일을 포함한 선거에 직접 개입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느냐"며 머스크 CEO의 행보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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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머스크 CEO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스타머가 트럼프를 인종차별자라고 부르고 그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영국 노동당 당원들을 미국으로 파견한 것을 말하는 거냐"며 쏘아붙였다.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수장으로 있는 노동당 인사들이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대선 개입 논란을 빚은 점을 반박의 소재로 삼은 셈이다.
최근 머스크 CEO가 유럽 주요 국가들의 극우 정당 지지를 표명하면서 유럽 주류 정치권에선 경계심이 바짝 높아진 상태다. 머스크 CEO는 지난 2일 엑스를 통해 스타머 총리가 왕립검찰청(CPS) 청장 재직 당시 아동 성 착취 사건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촉구하는가 하면,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의 석방을 촉구해 한동안 브로맨스를 과시하던 영국 개혁당과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머스크 CEO의 주장에 대해 "선을 넘었다"며 "거짓말과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사람들은 피해자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머스크 CEO의 극우 독일대안당(AfD) 지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역시 "(머스크의 행동은) 새로운 일이 아니고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트롤(troll·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시비 거는 사람)에 먹이를 주지 말라"고 꼬집었다.
유럽연합(EU) 역시 머스크 CEO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EU 집행위의 토마 레니에 기술주권 담당 대변인은 오는 9일 엑스에서 생중계 예정된 머스크 CEO와 AfD 당 대표의 대담을 두고 선거의 공정성 침해 여부를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라며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따라 유럽 엑스 이용자는 특정 콘텐츠를 보지 않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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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머스크 CEO의 이러한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도 그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 등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신경 쓴 모습에 주목했다. 머스크 CEO 역시 독일, 영국 정부와는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아직 프랑스 정치권은 건드리지 않았는데, 이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의 사상이 머스크 CEO가 추구하는 자유주의 경제이념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이 매체의 분석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대선 승리 후 첫 해외 일정으로 머스크 CEO와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참석한 바 있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재확인한 마크롱 대통령은 내달 파리에서 열리는 인공지능(AI) 정상회의에 두 사람을 초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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