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는 요한 로어(Johan Rohr)라는 인기 작곡가가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사는 그가 만들어 내는 곡들은 스포티파이에서 150억 회나 재생되었고, 현재 스웨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션이다. 하지만 그의 곡을 듣는 청취자 중에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일까? 로어는 본명 대신 650개가 넘는 서로 다른 예명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가 작곡하는 곡의 성격이다. 그는 무려 2700개가 넘는 음원을 스포티파이에 올려놓고 있지만, 그의 곡들은 인기 가수의 곡과 달리, 청취자들이 작곡자, 연주자를 살피지 않고 듣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의 곡들은 “편안하게 듣는 피아노곡”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음악”과 같은 제목의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되어 있고, 잘 아는 멜로디의 변주 정도인 경우가 흔하다. 그걸 듣는 사람들은 음악에 심취해서 열심히 듣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하거나 쉬면서 방 안을 채우는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플랫폼은 재생 수에 맞춰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청취자가 작곡자의 이름을 몰라도 플랫폼에서 받는 돈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점점 더 많은 음악 스트리밍 사용자들이 그렇게 자기에게 잘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배경음악으로 틀어 놓고 하루를 보내기 때문에 인기 있는 플레이리스트에 올라가기만 하면 수익이 보장된다고 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스포티파이는 앞으로 사용자들의 음악 청취는 수퍼스타의 특정 곡에 열광하기보다 이처럼 자신의 취향과 그때그때 기분과 상황에 최적화된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쪽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그 작업을 누구보다 잘할 것은 인간이 아닌 AI 작곡가가 될 것이다. 플랫폼으로서는 인간 작곡가에게 지불하는 돈까지 절약할 수 있으니 더욱 반가운 일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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