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 대내외 리스크로 인해 지난달 각종 체감지표가 급락한 가운데, 국내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란 우려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비상계엄·탄핵사태 이후 연말 특수 소멸, 원·달러 환율급등세,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국내 제조업 경기 악화, 트럼프 2.0 정책 리스크 등 난제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국내 GDP 증가율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최 대행이 간담회에서 내비친 위기감과 압박감은 과장일 수도, 엄살일 수도 없다.
국내외 악재들이 만에 하나 대외신인도 강등으로 이어지면 후폭풍은 가늠하기 어렵다. 기재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 핵심 키워드로 대외신인도 유지를 설정한 것은 한국 경제가 위태롭다는 의미다. 대외신인도는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가 신용등급에 따라 결정된다. 재정건전성, 경상수지, 외환보유액이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세 개의 축이다. 근래 이 축들이 다 흔들리고 있다.
재정은 고질적인 걱정거리다. 지난해 10월까지 실질적인 정부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30조5000억 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5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부가가치세 세수 수입이 없는 11월 이후에는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도 불안하다. 환율 급등을 비롯한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 증가율(1.4%)이 최근 14개월 새 최저 수준으로 처졌다. 미·중 충돌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행여 무역 전선에 큰 차질이 없다 해도 현재의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면 외환보유액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로 전월 말 대비 2억1000만 달러 증가했지만,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에 맡기는 외화예수금이 늘어난 것에 따른 영향이다. 착시효과에 휘둘려선 안 된다. 한국은행은 예수금 증가 효과는 분기 말에 한정된 효과라고 진단했다.
대외신인도는 한 번 하락하면 다시 끌어올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국제신용평가사 S&P 기준 AA-였던 우리 국가신용등급은 10단계 급락한 B+로 떨어졌다. 이 등급이 종전으로 회복된 것은 18년이 지난 2015년의 일이다. 유무형 피해가 워낙 큰 만큼 정부가 대외신인도에 초점을 맞춘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실행력이다. 정책당국과 정치권은 비상등을 켜고 위기 탈출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적 과제에 공동 대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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