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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위기’ 17번 외친 정의선… "이순신 장군 리더십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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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3년 연속 현장 신년회
"우리는 위기 후 오히려 더 강해져"
필요에 따라 경쟁자와 협력 가능
불확실성 ‘현대차 DNA’로 극복


파이낸셜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경기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그룹 신년회 행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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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경기(고양)·서울=최종근 조은효기자】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했다. 위기 이후에 오히려 더 강해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6일 새해 첫 일성으로 '위기 대응 리더십'을 꺼내들었다.

정 회장은 경기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그룹 신년회를 열어, 올해 경영화두를 '위기 극복'으로 제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잘 버티자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듯, 비관주의에 빠져 수세적인 자세로 혁신을 도외시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BYD(비야디)의 부상과 미국 테슬라의 기술 주도권 강화, 이달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각종 규제 및 통상정책의 변화 가능성, 내수 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어, 내부적으로 위기의식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위기대응론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난세의 영웅'이자 '기술 리더십'까지 겸비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강조하며, "현대차그룹의 DNA로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고객·위기' 키워드 40여차례 강조

정 회장은 2023년 남양연구소, 지난해 기아 광명 이보플랜트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현장 신년회'를 열어 임직원들과 소통행보를 이었다. 올해 정 회장이 가장 많이 언급한 '핵심 키워드'는 '고객'과 '위기'다. 고객은 총 25번, 위기는 17번 언급했다. 이 밖에도 '혁신'(5번), '도전'(5번), '변화'(5번), '미래'(5번) 등도 빈도수가 높았다. 대형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면서도 혁신으로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 회장은 이날 직접 준비한 종이를 꺼내들며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인용, 본질적인 고객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정 회장은 "정체 기업들은 고객의 이익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렸다"며 "최종 소비자인 고객이 행복해할까, 그것을 생각하면 많은 답이 나온다"고 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많은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 피해갈 수 없는 도전"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위기에 움츠러들게 되면 지금 가진 것을 지키자고만 생각하게 된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도 면밀한 대응', '기본기의 중요성' 등을 언급했다. 또 정 회장은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일에 몰두했고, 주변을 챙겼고, 공학 지식이 있었고, 문과적 식견도 탁월했다"면서 "이순신 리더십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쟁자와도 협력 가능"

현대차그룹이 임직원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신년사 영상물은 파격 그 자체였다. 위기 상황을 열거하며, 무역 갈등,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지정학적 갈등 등과 함께 경쟁업체인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 테슬라의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등장시킨 것이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시장 판도에 대한 냉정한 자기 인식을 내보인 것이다. 정 회장은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핵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경쟁자와도 전략적으로 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적, 성별, 학력, 연차와 관계없이 오로지 실력 있는 분들이 리더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올해 최초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호세 무뇨스)를 선임한 것도 혁신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 현대차의 첫 외국인 CEO로서 임기를 시작한 호세 무뇨스 사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보편관세 부과 등을 내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련 "시장 상황에 적절히 적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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