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수도권 최다선(5선)인 윤상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이후 매일 관저 앞을 지키며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 총선과 전당대회 국면에서 ‘중도·수도권·청년’ 전략을 강조하던 데서 계엄 사태 이후 강경 우파에 소구하는 쪽으로 180도 방향을 틀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끝까지 반대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탄핵 이후 대선후보와 당대표가 됐던 사례를 염두에 두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의원은 6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40여명과 함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찾았다. 윤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저 서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중도실용주의자이자 비윤을 자처해 온 제가 비상계엄을 계기로 친윤으로 변신했다는 세간의 지적을 잘 알고 있다”며 “대통령의 생각과 충정이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한 뒤 생각을 바꾸게 됐다는 취지로 적었다.
그는 이 글에서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수사처가 영장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고 원천무효”라며 “저는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대통령으로서는 어떤 비상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막아내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지킬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라며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서도 가장 강경한 수위로 윤 대통령 방탄 행보에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때는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고,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이후에는 국민의힘 의원 중 가장 먼저 관저를 찾았다. 그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연일 관저를 찾았는데, 지난 2일에는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대통령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이 모습에 무한 경의를 표한다”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격려했다. 그는 공수처의 체포영장이 집행된 지난 3일에는 관저 안으로 들어갔다.
윤 의원은 지난해 7·2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나설 당시 “수도권에서 승리해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수도권 민심을 강조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을 내세우며 ‘중도·수도권·청년’ 민심에 부응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중도·수도권·청년’ 민심과 거리가 먼 강경 우파 입장으로 돌아선 것을 두고 이른바 ‘홍준표 모델’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전통적 보수 지지층에 소구해온 홍 시장은 19대 대선 경선에서 당 대선 후보로 뽑혔고, 낙선 뒤 당대표를 맡았다. 윤 의원 역시 ‘대통령을 끝까지 지킨 사람’이라고 강성 지지자들에게 자신을 어필하면서 당 대선주자가 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차기 당권을 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윤 의원 입장에서는 정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 MBC 라디오에서 윤 의원에 대해 “전광훈 집회도 가시고 그런 활동을 혼자 하고 있다”며 “내가 여러분을 대신해서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자임해서 이번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대선후보 반열에 오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는 행보가 중도층 이탈을 부추기면서 정작 당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굉장히 이기적”이라며 “이런 게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윤 의원은 본인 생각만 하지 말고 당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관저로 들어간 윤 의원에 대해 “당의 중진이라는 분들조차 저렇게밖에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 안타깝고 짠하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명태균씨와 관련한 의혹에 윤 의원이 언급된 것을 들어 윤 의원 행보의 ‘진의’를 의심한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자신이 연루된 ‘명태균 국정농단’의 진실을 덮기 위해 윤석열의 끔찍한 내란외환을 온 힘을 다해 비호하는 윤상현의 발악이 눈물겹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검찰이 명씨의 휴대폰을 확보하자 논평을 내고 “윤 의원은 윤석열 정권이 무너지고 모든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위험에 처할까봐 두려웠느냐”(윤종군 원내대변인)고 윤 의원을 저격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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