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안전교육? "배터리 폭발 조심해야 한다는 말만"

아리셀 박순관 대표 첫 재판 진행

"일주일 3회, 아침조회서 일반적 교육만"

"화재 교육없었다…비상구 위치도 몰라"

고개숙인 박순관 "평생 속죄하겠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 박종민 기자

지난해 23명이 숨진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는 화재 위험성이 큰 리튬전지를 생산·보관하면서도 평소 안전교육은 미흡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6일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그의 아들인 박중언 운영총괄본부장 등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박 대표 등은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점검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해 지난해 6월 24일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 사고를 유발, 23명을 숨지게 하고 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아리셀 측이 평소 화재 및 안전교육에 미흡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서를 보면, 지난해 3월부터 화재가 발생한 6월까지 인력업체에서 파견된 한 근무자는 "화재 당시 다른 일부 직원들이 연구소쪽 비상구로 대피했다고 들었는데, 정작 나는 비상구 여부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정직원으로 근무한 아리셀 직원 역시 "연구소쪽 출입문은 잘 모르고, 존재 자체를 모르는 직원들도 있을 것"이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들이 말하는 비상구는 아리셀 공장 3동 2층 작업장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3개의 출입문 중 하나로, 해당 비상구는 보안문제로 잠금 장치가 설치돼 있다.

정규직 직원에게는 해당 비상구의 잠금 장치를 해제할 수 있는 ID카드나 지문등록이 제공됐지만, 비정규직에게는 제공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출입문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는 진술이 검찰 조사에서 나온 것이다.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 화성=박종민 기자

아리셀에서 근무했던 이들은 안전교육도 미흡했다고 진술했다. 한 근무자는 검찰에 "안전교육은 프린트물을 나눠주고 약 30분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고 진술했다.

다른 파견근로자는 "배터리가 폭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말만 들었고 안전교육은 없었다"고 했고, 또다른 파견근로자는 "일주일에 3회씩 아침 조회 시간에 일반적인 교육만 했을뿐 화재 대피 교육은 없었다"고 각각 진술했다.

이같은 검찰의 공소사실 개진 이후 박순관 대표는 재판장에게 발언권을 요청한 뒤 유족들에게 사죄한다고 밝혔다. 진녹색 수의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선 박 대표는 "이 사건으로 고인이 된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아리셀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피해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떤 책임도 회피하지 않을 생각이며, 죽을 때까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앞으로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발언을 들은 유족들은 "경영책임자가 아니어서 책임 못 진다며" "크게 말해라"라며 욕설을 내뱉거나 큰소리를 쳤다.

박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입장이다.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대표 측은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유무죄를 따지기 위한) 법리적 평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은 아리셀을 대표하거나 총괄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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