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2024년 8월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손꼽히는 엘리트 경제관료다. 만 22세, 만 21세에 행정고시에 ‘소년 급제’해 윤석열 정부에서 차례로 기재부 수장에 올랐다. 두 사람은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서도 기재부 1차관과 경제정책국장으로 경제팀 투 톱 역할을 했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은 이명박 정부가 떠넘긴 12조 원 규모 세수결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부자감세’가 원인이었지만 고소득층 증세는 안 된다는 ‘윗선’ 뜻에 따라 중산층 근로소득자 세 부담을 늘리는 역선택을 했다.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이라는 설명에 민심이 폭발하면서 뜻을 접었다. 추경을 통해 정부 장부를 다시 짜맞추는 방식으로 문제를 덮었다. 땜질식 처방 탓에 천문학적 세수 결손이 되풀이되면서 정부 신뢰도는 바닥을 쳤지만, 추 전 대표와 최 대행은 승승장구했다.
□두 사람의 희비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로 갈렸다. 2016년 총선에서 ‘진박’ 후보로 당선된 추 전 대표는 국정농단 수사의 칼바람을 피했지만, 최 대행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던 2015년 대기업들에 미르재단 출연금 300억 원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두 사람은 또 기로에 섰다. 추 전 대표는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 대행은 계엄에 반대했지만 헌정질서 회복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며 야당의 질타를 받고 있다.
□12·3 비상계엄 수습 과정에서 고시 출신 테크노크라트 특유의 ‘면피’와 ‘부작위’가 국가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노한동 전 문화체육관광부 서기관은 최근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이라는 저서에서 “관료 사회는 현실에는 무감하면서, 그 안에서는 온갖 헛짓거리와 주요 보직을 둔 이전투구가 벌어진다”고 했다. ‘관료 왕국’ 일본은 2012년 행정고시를 폐지했다. ‘잃어버린 30년’ 극복을 위한 개혁은 최근 성과를 내는 모양새다. 국내외에서 ‘피크 코리아’는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일본 고등문관시험을 모델로 1949년 도입된 행정고시도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본다.
연관기사
• 행시 출신 30대 공무원, 4급 승진하자마자 사표 낸 이유 [인터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0416510004986)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0416510004986)
이동현 논설위원 nani@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