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지지와 반대 양측 모두 ‘미국 상징물’ 사용해
한남동선 트럼프 구호…광주시청엔 버지니아주 깃발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이뤄지던 지난 3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 국기를 흔들고 미국 국가를 부르고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라는 구호가 쓰인 팻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해당 구호는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당선인이 패배했던 2020년 대선의 결과를 부정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쓰던 것이라고 WP는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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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한국 보수파들이 최근 이 구호를 채택한 것은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적 발언이 갈수록 비슷해지고 있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당선인이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안으로부터의 적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듯이 윤 대통령도 야당이 ‘반국가세력’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극보수 유권자들이 부정선거론을 믿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져 왔으며 특히 계엄사태 이후에 더 심해졌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1차 시도가 있었던 3일 광주광역시청 앞에는 버지니아주의 구호인 ‘sic semper tyrannis’(폭군들에게는 언제나 이렇게)가 새겨진 미국 버지니아주 기가 휘날렸다. 미국 독립전쟁 때인 1776년 채택된 이 라틴어 구호는 폭군들은 항상 비참한 말로를 맞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당시에는 이 구호가 영국군에 대항하는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이 구호가 쓰인 버지니아주 기가 채택된 것은 1861년 버지니아주가 남북전쟁을 앞두고 미국 연방으로부터 탈퇴를 선언한 지 며칠 후였다. 이 때문에 이 깃발과 구호는 남북전쟁에서 남부 편을 드는 의미로도 쓰였으며,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암살범인 존 윌크스 부스도 범행 직후 이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한 대학교수는 광주에 걸린 버지니아 기의 의미에 대해 “윤석열이 결국 폭군이 맞는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상징하는 것이고 미국이나 버지니아주에 대한 찬탄의 뜻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WP에 설명했다. 광주광역시청에 휘날린 버지니아주 기는 공화당 소속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가 작년 11월 버지니아주 대표단이 광주에 갔을 때 받은 환대에 감사한다는 뜻으로 광주광역시에 보내준 것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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