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영장 오늘 시한]
폭설에도 한남동 2만여명 시위… 尹지지자들 “6일까지 버티면 승리”
반대 진영선 “尹 즉각 체포해야”… 은박 비닐-우비 입고 서로 고성-욕설
경찰 폭행 혐의 민노총 2명 체포도
● 폭설에도 관저 앞은 찬반 진영 집회
“탄핵 찬성”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윤석열 탄핵’ 등이 적힌 깃발을 흔들고 있다. 전날부터 이어진 이 집회에는 5일 오후 5시 반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9000명이 모였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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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7시 반 한남초교 쪽에선 참여연대 등이 모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전날부터 시작한 집회를 이어갔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구속하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탄핵과 체포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5시 반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9000명이 모였다. 비상행동은 기자회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을 향해 대통령을 조속히 체포하라고 요구했다. 김은정 기후위기 비상대책위원장은 “하루빨리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내란죄로 구속 수사하는 것이 시작이고 이를 위해 지체 없이 체포하지 않으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집회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상아 씨(24)는 “대통령이 하는 모습들을 보니 대통령이 법 위에 있는 듯 보여 (이를 바로잡고자) 주말에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폭설 가운데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반 기준으로 경찰 비공식 추산 1만2000명이 모여 대통령 탄핵과 체포에 반대하며 “대통령을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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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은 약 600m 떨어진 곳에서 ‘전국주일 연합예배’ 등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5시 반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만2000명이 모였다. 전날부터 밤을 새워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새해 소원은 이재명 체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오후 1시 40분경 “체포영장 유효기한이 6일이다. 내일까지만 버티면 우리의 승리”라고 외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키자 대한민국”, “지키자 윤석열”, “이재명 구속” 등을 외쳤다. 경기 성남시에서 왔다는 최용재 씨(72)는 “공수처가 올지 안 올지 몰라 와 있는 것도 있지만, 지금은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전쟁 상황이기 때문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남대로36길 부근에는 대통령 측을 응원하는 화환 수십 개가 늘어섰다. 화환 리본에는 ‘나라를 살린 박종준 경호처장님 국민이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앞서 3일 공수처는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지만 경호처에 막혀 실패했다.
● 경찰 폭행한 2명 체포… 시민들은 “왜 길 막냐” 불편 호소
5일 서울에는 오전 8시 반부터 대설주의보가 발효됐고 곳곳에 폭설이 쏟아졌다. 내리는 눈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집회 참여자들은 계속 늘어났다. 집회 참가자들은 패딩과 모자로 중무장하거나, 스티로폼과 단열 비닐을 바닥에 깔고 도로, 인도에 앉아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길이 얼어붙자 “인도가 미끄러우니 차도로 내려가라”며 주변에서 안내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30대 이모 씨는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내일이 끝이니까 눈이 오더라도 집회에 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체포와 탄핵을 촉구하는 한대수 씨(70)는 은박 비닐을 몸에 두른 채 “(체포되지 않은 상황이) 성질 나서 어제부터 밤을 새웠다. 추운 건 괜찮다”고 했다.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사이에는 고성도 오갔다. 탄핵 찬성 진영에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는 구호가 나왔다. 그러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주먹을 치켜들고 “이재명! 체포해!”로 맞받았다. 지지자들은 반대자들을 향해 “빨갱이” “×새끼야”, 반대자들은 지지자를 향해 “태극기 ××들아” 등 거친 욕설을 주고받기도 했다.
전날(4일)에는 집회 현장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 2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4일 낮 12시 반경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던 중 이를 막아선 경찰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경찰은 주말 한남초교 인근부터 한남동 관저 일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시민의 통행을 제한했다. 이날 경찰은 30여 개 기동대, 약 2000명을 관저 인근에 배치하고 관저 앞 보도와 차도에는 경찰 통제선을 세웠다. 일부 시민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자 경찰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시민 박옥순 씨(65)는 “코앞인 거리를 건너서 육교로 빙 돌아가라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서울시는 6일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의 탄핵 찬반 집회로 도로 통제가 예상됨에 따라 대중교통 우회 운행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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