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5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 공식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매경·KAEA 포럼’ 에서 4일(현지시간) 찰스 존스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특강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최현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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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신(新) 가속성장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세계적 경제석학인 찰스 존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힐튼 유니온스퀘어에서 ‘AI와 경제성장’을 주제로 진행된 매일경제·한미경제학회(KAEA) 포럼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존스 교수는 경제 성장 매커니즘과 혁신적 기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최근 AI 기술 혁신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존스 교수는“최근 AI 도입으로 MIT 연구진이 신물질 개발 속도를 40% 이상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면서 “AI가 스스로를 개선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신기술 개발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넘어 장기적으로 경제 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위 시간당 산출량의 증가가 고용과 투자를 유도하며,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 같은 AI 슈퍼 사이클에 올라타지 못하는 국가는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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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AI가 인간 노동과 공존하는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는 국가는 이러한 ‘가속 성장’의 선순환을 지속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바이러스 설계나 시스템 붕괴 같은 ‘AI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이제 영화를 넘어 현실적인 우려로 다가왔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4%를 공중보건 조치에 투자했던 사례를 들었다. 그는 AI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이와 유사한 수준의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존스 교수는 “AI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 등 민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20년간 매년 GDP의 0.25% 수준을 AI 리스크 대비를 위한 투자로 할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엔비디아와 같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등 주요 AI 기업에 ‘안전 대비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올해 전미경제학회에서는 존스 교수의 강연을 비롯해 다양한 AI 관련 세션이 열리며 AI가 글로벌 경제의 핵심 화두임을 입증했다.
‘AI의 경제적 영향’ 세션에서는 장기적으로 AI가 고용을 대체할 위험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정보경제학 전문가인 에릭 브리뇰프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존 AI는 이미지 인식이나 번역 등 특정 작업에 한정돼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반면, 일반 인공지능(AGI) 인간처럼 학습하고 추론할 수 있어 노동을 더 쉽게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UC버클리의 로라 타이슨 교수(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AGI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인간의 일을 완전히 대체한다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본소득’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성형 AI의 선구자로 꼽히는 톰 미첼 카네기멜런대 교수 등 AI 석학들이 연사로 참여한 ‘AI와 노동의 미래’ 세션도 학회 참석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첫 연사로 나선 미첼 교수는 ‘실시간 국가 고용통계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며 주목받았다. 현재 미국과 한국 등에서 작성되는 국가 고용 통계는 설문과 같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후행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즉각적 정책 대응과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민간 구인 플랫폼 링크트인 등 다양한 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한 고용 통계를 만들면 정책 대응 시차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미첼 교수는 “AI 분석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정책 입안자들이 지역별, 직종별 맞춤형 대책을 수립해 예산을 최적화할 수 있다”며 “개인 입장에서도 고용 안정이나 경력 향상을 위해 선제적으로 미래를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국가만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고용 시장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제이미 티반 마이크로소프트 수석 개발자는 ‘노동 환경에서 주체로 거듭난 AI’에 대해 설명했다. 티반은 “이제 AI는 단순한 회의 요약 도우미 수준을 넘어 한 명의 핵심 기획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회의 중 실시간으로 발언을 정리하면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잠정 결론을 먼저 도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참여자들의 아이디어 외에 문제 상황에 보다 적합한 새로운 대안을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다.
질리언 해드필드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처럼 AI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노동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사회적·법률적 준비는 미흡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그는 “AI가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규제할 법적 장치가 거의 없다”며 “이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기획취재팀 = 윤원섭·홍장원·오찬종 뉴욕 특파원, 최승진 워싱턴 특파원,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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