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강승규 등 친윤계 12명도 동참
6일 새벽 영장 집행 저지 20명 안팎 집결
집권여당 책임 망각, 갈라치기 정치 비판
당내서도 "잘못 판단" 우려 목소리 나와
지도부 "개별 의원 판단" 일단은 선긋기
권성동 "尹 지키기 아닌 법 지키려는 것"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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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친윤석열계 의원 12명이 한남동 공관 주변 탄핵 반대 집회로 몰려가 "사기 탄핵에 맞서 싸우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불법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반대 세력 장외 집회에 여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참여한 건 처음이다. 이들을 필두로 20명 안팎의 여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이 만료되는 6일 새벽부터 한남동 집회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거리 투쟁에 본격 나서려는 것이다. 지도부는 개별 의원 차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대놓고 막아 서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극렬 지지세력을 방패 삼아 무작정 버티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국정수습은 커녕 진영 갈라치기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광훈 집회 우르르 쫓아간 친윤들
이인선·김민전·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서울 한남동 일대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사진을 찍고 있다. 이인선 의원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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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저녁 한남동 탄핵 반대 집회에 이철규·구자근·강승규·박성민·이인선·임종득·김민전·조배숙 의원 등 친윤계 의원 12명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일찌감치 출석도장을 찍었던 윤상현, 김민전 의원에 이어 새로운 멤버들의 대거 등장에 참가자들은 격하게 반응했다. 집회를 주최한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는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보수단체다. 이들은 불법 계엄은 정당한 통치행위라고 강변하며 탄핵 반대를 외쳐 오고 있다.
탄핵 반대 지지자들의 환호에 친윤계 의원들은 연단에 올라 마이크까지 잡고 대통령 엄호 메시지를 쏟아냈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민주당과 좌파들의 내란 선동에 일부 의원들이 굴복해 국민들이 우리에게 맡겨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잘못된 판단으로 잠시 흩어졌던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 뜻으로 뭉쳐서 잘못된 탄핵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국회를 통과한 탄핵소추안에 불복하겠다는 선언이다.
의원들은 집회 참석자들을 향해 "함께 싸우자"며 노골적 선동에도 나섰다.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임종득 의원은 "탄핵 의결도 무효, 국무총리 탄핵도 무효, 헌법재판관 임명도 무효"라며 "우리가 힘으로 막아내야 한다. 우리 의원들도 장외에서 투쟁하겠다. 전국 각지에서 시군구 의원, 책임 당원과 함께 일어나겠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여당 '조직'을 동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판사 출신인 조배숙 의원은 "법치주의를 지키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 힘을 모아 끝까지 싸우자"고 거들었다. 이들은 탄핵 반대 집회 이후 자신의 SNS에 관련 사진을 올려놓으며 세 과시에 나섰다.
尹 지키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지도부
국민의힘에선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 무산을 기점으로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전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친윤계와 영남권 출신 의원들이 포진한 12명을 시작으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려는 의원들의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상현 의원은 "지도부가 말만 하지 말고 행동을 해야 한다"고 장외집회 참여를 주장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2차 체포 영장 집행이 만료되는 6일 새벽에도 20명 안팎 의원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상현 의원이 의원들을 모으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한남동 탄핵 찬성 집회에 나가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맞불 차원 아니겠느냐"고 했다.
지도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의원들의 탄핵 반대 집회 참석을 두고 "개별 의원들의 판단"(신동욱 수석대변인)이라며 당 차원의 움직임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막아서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을 마냥 감쌌다가는 탄핵에 찬성하는 80%의 민심을 거스를 수 있고, 그렇다고 윤 대통령을 버리기엔 그나마 남아 있는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걷어차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를 비판하는 건 대통령 지키기가 아니다”라며 “법질서, 법치주의, 대한민국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 말도 딜레마적 상황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도 '윤 대통령 엄호'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윤계인 조경태 의원은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윤계 의원들의 집회 참여를 두고 "국민들에게는 대통령을 옹호하고 지키기 위한 흐름으로 보여질 것"이라며 "(당이)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의 일부 목소리가 당 전체 의견처럼 보이면 안 된다"며 지도부의 분명한 입장을 촉구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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