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실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중대본회의에서 머리발언에 앞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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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달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요청을 사흘째 묵살하고 있다. 지난 3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때는 최 대행이 ‘관저에 경찰을 추가로 배치하는 게 가능한지 경호처와 협의하라’고 경찰청에 권고한 정황도 드러났다. 야당은 최 대행에게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도록 경호처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
최 대행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한을 하루 앞둔 5일에도 공수처의 영장 집행 협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최 권한대행은 ‘어려운 상황에서 공무수행 중인 공무원이 다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며 ‘법 집행 과정에서 시민들과 공무원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실 것’을 당부했다”는 기획재정부 대변인 명의의 공지문만 냈다. ‘당부’의 대상이 드러나지 않는 모호한 입장문이다.
최 대행의 이런 처신은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에 “법과 원칙에 따라 관계기관이 잘 처리하길 바란다”는 원론적 견해를 낸 것의 연장이다. 그사이 최 대행은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찰에 윤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에 202경비단 등 경찰력을 추가 배치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라고 권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경찰청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최 대행은 지난 3일 ‘경호처의 (경찰력) 지원 협조 요청이 있으니, 검토해서 협의해보라’는 뜻을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이 대행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적법하게 근무하라’는 방침을 관저 근무 경찰 지휘관에게 전달했고, 현장 경찰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한 경호처의 인력 투입 요청에 협조하지 않았다. 경찰청이 최 대행의 의사 전달이 ‘지시’는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실과 경호처의 요청을 경찰에 전달했다면 경호처의 영장 집행 방해를 방관하는 수준을 넘어 지원한 게 된다.
경호처의 지원 요청에는 경찰뿐 아니라 군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평시 한남동 관저 경비에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예하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대도 투입되고 있다. 국방부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집행되던 3일 김선호 장관 직무대행이 경호처에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데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재시도할 경우 경호처 인력만으로 저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최 대행을 향해 체포영장이 집행될 수 있도록 경호처에 지휘권을 행사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해선 즉각 직위 해제와 직무 배제 조치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최 대행에게는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고 경호처를 관할할 권한이 있다. 그럼에도 경호처의 법 집행 방해와 내란 행위를 방임하는 것은 법치를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을 무법천지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대행이 내란 공범이 아니라면 신속하게 (경호처를) 진압해야 한다. 경호처장과 차장, 본부장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를 즉각 취하지 않는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이지혜 godot@hani.co.kr
고한솔 sol@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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