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고립된 약자”···변론 시작 전부터 쏟아진 ‘윤석열 방어’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배진한 변호사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2차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윤석열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변론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들의 ‘말들’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고립된 약자”라고 표현하고 이번 사태를 “종북세력 대 체제수호 세력의 대결”이라는 식으로 규정하면서 윤 대통령을 방어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 대리인인 배진한 변호사는 지난 3일 열린 헌재 탄핵심판의 두 번째 변론준비절차에서 비상계엄 선포 경위 관련 답변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데 대해 “대통령은 고립된 약자”라고 말하며 읍소 전략으로 나섰다. 그는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하면 언론에서는 ‘선동한다’라고 나올 수밖에 없고, 저희는 상상초월로 고립된 약자의 형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고립된 약자가 되는 건 처음 겪어봤다”며 “한 마디만 나가면 난도질을 당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이에 수명재판관인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재판관들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의견을 주지 않고 언론에서 덤벼들 것 같으니까 ‘철저하게 준비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배 변호사는 “(재판을) 지연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이 재판부 발언 도중에 허락없이 일어나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 다른 대리인인 최거훈 변호사는 탄핵심판에 정치적 구도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최 변호사는 “정권교체 주장과 정권유지 주장 세력 간의 다툼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와 보수 세력의 다툼”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입장에선 반국가 종북세력과 체제수호·국법 질서 유지세력(의 다툼)이고, 국헌문란 세력과 국헌문란 방지세력(의 다툼)이다”라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탄핵심판에 대해선 “집단과 집단의 대결의 장이고 온 국민이 참여하는 체제·가치·이념 투쟁의 장이다”라며 “신속을 앞세워 졸속으로 결론 내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 측 대리인 장순옥 변호사는 이들의 발언에 대해 “(사건의) 성격을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심판을 주관하는 재판관들을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도를 넘는 발언은 재판부에서 적절히 통제하고 경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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