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잉 업'의 한 장면. 엠엔엠인터내셔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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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에서 관객은 보통 작업의 결과물만 마주하게 된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까지 작가가 어떤 과정을 거쳤고, 작업 외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전시 소개글 정도로 어렴풋이 가늠할 뿐이다. 무명의 예술가일수록 작가의 삶 자체는 더 관심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쇼잉 업'은 이런 무관심의 영역을 주요 관심사로 등장시킨다. 중요한 개인전을 준비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젊은 조각가 '리지'(미셸 윌리엄스)의 지난한 일상과 고독한 작업 과정을 천천히 펼쳐 보이는 게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중에서 예술대학 학생인 리지는 재능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조각가다. 예술가의 길을 먼저 걸은 아버지의 지지도 받고 있고, 대학에 새로 온 강사도 리지의 감각에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대학 동기 '조'(홍 차우)에 비하면 보잘것없어 보인다.
실제로 조는 여러 면에서 리지와 대조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리지는 예술대학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어머니 밑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시간을 쪼개거나 겨우 휴가를 내서 작업에 임한다. 반면 조는 전시를 여는 갤러리의 규모도 리지보다 훨씬 크고, 준비 중인 전시도 더 많지만 그네를 만들어 타는 일상의 여유를 즐긴다. 조는 리지가 세를 들어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이기도 하다. 전시 준비를 핑계로 1주일 넘게 리지 집의 고장 난 보일러를 고쳐주지 않지만 리지는 조의 비둘기를 정성껏 보살핀다.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가 비둘기를 경계하는데도 말이다.
잘나가는 조와 달리 리지의 일상은 엉망진창의 연속이다. 리지의 가족 4명은 제각각 살아간다. 리지는 이들 모두의 안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돌보는 유일한 사람이다. 애지중지하던 조각의 표면이 가마 불에 타버린 날에는 그간 쌓인 감정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쇼잉 업'은 영화 '퍼스트 카우'(2021)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미국 감독 켈리 라이카트의 신작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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