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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는 돈을 어떻게 벌까.
인플루언서가 수익을 창출하는 루트는 크게 세 가지다. 영상에 붙는 광고 수익과 슈퍼챗(후원금), 그리고 광고 협찬이다. 광고 협찬은 크리에이터와 업체 간 개별 계약을 통해 진행된다. 제품간접광고(Product Placement·PPL) 형태가 많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따라 다르지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사실 잘 알려진 인플루언서들의 경우에도 수익화에 고민이 많다.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유튜버라도 '전업 유튜버'로의 전환을 망설일 정도다. 다수 인플루언서는 "섣부르게 전업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새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수익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시장 진입에 앞서 내가 추구하는 채널(계정)의 콘셉트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에 할 일은 나의 '팬'을 찾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업계에서는 수만 명의 팔로어 숫자보다 수백~수천 명의 팬덤이 값지다는 말이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표면에 보이는 팔로어 숫자보다 창작자를 추종하는 '찐팬' 숫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팬덤을 거느린 크리에이터를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 이들은 기업과 다양한 협업, 광고 의뢰 등으로 수익을 다각화하고,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인플루언서들의 주 수입원은 '브랜드와의 협업'이다. 동영상 자체 광고 수익보다는 광고 콘텐츠 수익이 더 큰 경우가 많다. 일정 수준의 팔로어(팬덤)를 만든 인플루언서들은 유료(광고) 콘텐츠를 통해 기업들과 협업하며 수익을 만든다. 이때 크리에이터가 쌓아 놓은 콘텐츠 포트폴리오의 조회 수와 팔로어 수 등을 통해 광고 단가가 결정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해당 인플루언서가 얼마나 충성도 높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지다. 채널에 광고 콘텐츠가 너무 많으면 팬덤의 충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오가닉(일반) 콘텐츠와 브랜디드 콘텐츠의 황금 비율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의외로 팔로어 숫자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인플루언서들은 수익 창출에 있어서 구독자 수가 수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다시 말해 구독자가 적어도 '찐팬'이 있고 나와 협업하길 원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얼마든지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팀 페리스는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100만'이라는 숫자는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100만달러, 100만명의 고객, 클라이언트, 팬보다 더 중요한 것은 1000명의 '찐팬'이라는 설명이다. 1000명의 팬이 1년에 한 번 100달러를 당신을 위해 쓴다면, 연간 10만달러의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는 공식이다. 페리스는 "1000명 정도라면 해 볼 만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날마다 몇 명씩 새로운 골수팬을 만든다면 1000명을 모으기까지 몇 년이면 된다. 진정한 팬들은 수입의 직접적인 원천일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팬을 끌어모으는 동력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팬들은 자신이 팔로하는 창작자의 '마케터'를 자처하는 경향이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 a16z의 리 진(Li Jin) 파트너는 "이제는 1000명이 아니라 100명에 도전하라"고 했다. 크리에이터들이 100달러를 내는 1000명이 아니라, 1000달러를 쓰는 오직 100명의 진정한 팬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더 적은 이들에게 더 집중해야 효과적으로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수익화에 성공한 몇몇 크리에이터 사례를 살펴보면 팔로어가 100명이 채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거대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들과 팬덤의 관계 형성을 반기며 지원하고 있다. 플랫폼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튜브가 단기간에 한국 시장을 점령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막대하게 성장한 팬덤이 첫손에 꼽힌다.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는 일반인 출신 인플루언서가 탄생했고→이를 지지하는 막대한 팬덤이 형성됐으며→이를 보고 인플루언서 업계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전자상거래·오프라인 이벤트 등 이를 공략하는 '팬덤경제'는 새해에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다. 팬덤경제는 특히 좋은 콘텐츠를 경험한 소비자가 스스로 열광적으로 확산시키며 거대한 자발적 팬덤을 형성시키는 구조로 주목된다. 대중매체와 자본이 지배하던 시장 권력이 소비자 팬덤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 팬덤경제 현상은 팬데믹 이후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방송국은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영향력을 뛰어넘고 있다. 실제 광고 산업도 이로 인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방송과 광고 산업이 바뀌자 유통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형 플랫폼들이 크리에이터발(發) 기업 광고를 늘리고,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트렌드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커머스는 팬덤 기반, 그리고 '팬덤+맞춤형 광고' 등 콘텐츠커머스로 진화하고 있다. 숏폼(짧은 영상) 등 동영상 콘텐츠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영상'과 '커머스'가 결합된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젊은 팬덤은 자신이 구독하는 인플루언서가 먹는 음식, 입는 옷, 사는 곳, 여행하는 장소, 일상까지 모든 것을 궁금해한다. 구독자와 끈끈한 신뢰 관계를 구축한 인플루언서들이 진정성 있게 제품 정보를 전달하면 소비자의 주머니를 더 쉽게, 더 많이 열 수 있다.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라이브방송의 구매 전환율은 30% 수준으로 일반 온라인 쇼핑 구매 전환율인 2.06%보다 10배 이상 높다. 또 미래 소비 세대로 주목받는 알파세대(2010년대 초~202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는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을 단순히 재미가 아닌 쇼핑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2024년 초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를 연결해 주는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를 국내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022년 미국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해 현재 한국을 포함한 19개 국가에 확대 도입됐다. 여러 브랜드가 마음에 드는 창작자에게 직접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고, 협업을 제안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에는 '협찬 광고'라는 표식이 붙어 이용자 입장에서도 광고 여부를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광고가 손쉽기 때문에 계정을 만들 때부터 어떤 브랜드와 협업할지를 머리에 그려보면 좋다.
최근 틱톡 라이트 등으로 한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틱톡의 경우 '틱톡샵'의 한국 진출이 관심사다. 틱톡샵은 영상과 쇼핑을 결합한 오픈마켓 라이브 커머스다. 현재 미국, 영국, 동남아 등 총 8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SNS 영상으로 제품을 보고 즉시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전 세계 창작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2023년 9월 미국 시장에 진출한 틱톡샵의 총매출 거래액(GMV)은 불과 3개월 만에 110억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비즈니스 분석 업체 '핏스몰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 내 틱톡 사용자 중 37.5%인 5550만여 명이 틱톡샵에서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
유튜브는 2023년 6월 한국에서 쇼핑 채널을 개설했다. 유튜브가 쇼핑 채널을 만든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그 이유로 △남녀노소 불문한 플랫폼의 인기 △공고하게 형성된 크리에이터 생태계 △한국의 매력적인 소프트파워(콘텐츠) 생산력 △팬덤 비즈니스 관련 강력한 구매력 등이 꼽혔다. 유튜브 쇼핑은 '라방(라이브커머스·생방송 판매)'이 중심이다. 라방이 발달한 한국 시장 특성에 맞춰 인플루언서들이 팬들에게 자신의 굿즈·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별도 쇼핑 채널에서 구독자들은 유튜브와 계약한 판매자의 '라방'을 골라서 볼 수 있는 구조다.
유튜브의 경우에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광고 콘텐츠가 너무 많아지면 구독자 감소·조회 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크리에이터들의 수익화 고민이 많았다. 유튜브가 '쇼핑' 기능을 통해 향후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발전시켜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메이저 플랫폼들은 아직 앱에서 결제까지 '올인원'으로 지원하는 쇼핑 인앱결제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인앱결제가 현실화하면 커머스 업계에 미칠 파급은 매우 클 전망이다. 인스타그램 역시 중장기적으로 커머스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플랫폼의 기능 변화를 유의 깊게 살펴보면 새로운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더인플루언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며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플루언서들을 발굴·소개하고 크리에이터 생태계 변화를 조명하는 코너다. 2021년 2월부터 이사배, 이연, 잠뜰, 온오빠, 허니제이, 이과장, 생각노트 등 주요 인플루언서 60여 명을 인터뷰했다. 크리에이터의 전문성, 성장 잠재력, 선한 영향력 등을 다각도로 평가·선별해 미래의 별들을 매경 독자들에게 우선 소개할 방침이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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