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한 계열사가 여객기 참사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4성급 호텔에서 종무식을 열고 있다. 2024.12.31 연합뉴스(독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 임원들이 국가애도기간 연말 행사를 강행한 계열사를 대신해 유족에게 고개를 숙였다.
4일 무안국제공항을 찾은 고준 AK홀딩스 대표이사는 유족 앞에 서서 “종무식이 열린 호텔은 외부 기관을 통해 위탁운영 중이나 관리책임은 분명 저희에게, 특히 저에게 있다”며 “그 안에서 이뤄진 경품행사 등 모든 보도 내용은 사실이다”라고 시인했다.
고 대표이사는 “참담한 심정으로 사과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모든 책임은 애경그룹 경영을 관리하는 제가 잘못한 것이고 이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추후 이런 일이 재발할 경우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도 했다.
유족들은 고 대표이사의 사과를 묵묵히 지켜보고는 이내 자리를 떠났다. 항의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유족은 없었다.
제주항공 참사 발생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 오후 3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에 있는 4성급 호텔인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 2층 연회장에서는 애경그룹 계열사인 노보텔 직원 30~40여명이 모인 가운데 ‘타운홀미팅’(분기별 월례회의) 행사가 진행됐다.
사실상 AK플라자가 보유하고 있는 노보텔은 애경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제주항공과는 한 집안 회사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자 국가애도기간(2024년 12월 29일~2025년 1월 4일)에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한 계열사가 여객기 참사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4성급 호텔에서 종무식을 열고 있다. 2024.12.31 연합뉴스(독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노보텔 “사고로 죄송하지만 성과급은 지급” 직원들 환호
애경그룹, 사고수습 전사적 나섰는데 한쪽에선 연말행사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경품뽑기 행사가 시작 후 총지배인이 뽑기함을 흔들자 사람들이 웃으며 쳐다보고, 당첨자가 호명되자 박수갈채가 나왔다. 또 등수가 올라갈 때마다 상품 등급이 올라가 환호가 점점 커졌다.
이 밖에 업무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둔 직원에 대한 포상이나 10~12월 생일을 맞은 직원에 대해 선물이 주어지는 장면도 담겼다.
행사 말미에 총지배인이 “시국적으로도 그렇고 제주항공이나 이런 부분들 때문에 여러분께 죄송하지만”이라고 운을 뗀 뒤 “성과급은 지급하기로 했다”면서 소위 ‘반전’을 주며 말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총지배인은 “성과급은 1월 초에 전 직원에게 지급할 예정”이라며 “1년 이상 된 분들은 작년과 같이 급여의 50%, 1년 미만은 일할 계산으로 해서 급여의 50%를 성과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
1시간가량 진행된 행사는 총지배인의 맺음말로 마무리됐다.
행사 예약서에는 ‘쿠키와 과일(10만원), 커피 세팅, 찻잔과 포크 넉넉히 요망, 예상인원 30~35명, 10주년 떡 케이크 테이블과 나이프 세팅’이라는 등의 요청 사항이 쓰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빔과 스크린, 포디움, 마이크 세팅’ 등을 준비해 달라는 내용도 있다.
그는 이어 “무안공항에서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고준 AK 홀딩스 대표가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400명의 직원이 내려가 사고 수습을 하는 상황에서 이건 아닌 거 같다”며 “고 대표의 경우 지난해 11월까지 AK 플라자 및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의 대표를 맡고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행사에 참석했던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이래도 되는 것이냐”는 등의 말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고준 AK홀딩스 대표이사가 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 소유 호텔에서 사고 이후 연말 경품행사를 진행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대표단들이 항의했다. 2025.1.04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준 AK홀딩스 대표이사가 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 소유 호텔에서 사고 이후 연말 경품행사를 진행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대표단들이 항의했다. 2025.1.04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고준 대표 -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 고준 대표가 4일 오후 무안국제공항에서 지난 12월 31일 애경그룹의 한 계열사에서 진행한 연말 행사와 관련해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2025.1.4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준 AK홀딩스 대표이사가 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 소유 호텔에서 사고 이후 연말 경품행사를 진행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대표단들이 항의했다. 2025.1.4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권윤희 기자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