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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유족들이 할 순 없잖아요"…'하루 6000명' 붐비는 무안공항 뒤 숨은 구슬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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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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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폐기물 처리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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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다 보면 유가족분이 어깨를 토닥여줄 때가 있어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3일 오전 8시30분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청사 건물에서 200미터쯤 떨어진 쓰레기 분리수거장. 봉지째 쌓인 쓰레기가 성인 키 높이쯤 되는 철제함을 가득 채우면 봉사자들은 봉투를 하나하나 들어 트럭 적재함으로 옮긴다.

흰색 목장갑을 낀 자원봉사자 이모씨(30)는 오전 6시부터 밤새 공항에 모인 쓰레기를 줍고 트럭에 옮기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고 유족들이 직접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라며 빠른 손놀림으로 청소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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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청사에서 자원봉사자가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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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345명' 봉사자·조문객 붐비는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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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청사에서 자원봉사자가 기부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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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뒤 무안국제공항 여객청사 건물은 연일 수천명의 사람으로 붐빈다. 유가족과 자원봉사자가 종일 여객청사에 상주하고 날이 밝으면 1층 합동분향소에 조문객들이 공항을 찾는다.

전날 하루 집계된 방문자 숫자만 6000명을 넘는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전남 자원봉사센터 소속 봉사자가 전날 738명 방문했다.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5일간 전남 센터 봉사자 3394명이 공항을 찾았다. 1층 합동분향소 조문객 수는 지난 1일 4167명, 전날 5607여명이다.

체류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식당과 화장실 등 휴지나 일회용품 같은 생활폐기물이 모이기 쉽다. 화장실 앞에 비치한 쓰레기통은 1시간이 채 되기 전에 가득 채워진다. 대부분 식당이 공항에서 2~3㎞쯤 떨어져 있어 방문자들은 공항 내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유가족들도 희생자 시신과 유류품 인도 공지가 언제 나올지 몰라 공항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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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청사에서 자원봉사자가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있다. /사진=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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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조끼 입고, '매의 눈'으로 쓰레기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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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청사에서 자원봉사자가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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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항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기존 공항에 근무하던 환경미화직원 8명, 공사가 추가 투입한 직원, 빨간색·파란색·노란색 조끼를 입고 팔을 걷어붙인 자원봉사자들이다.

매의 눈으로 쓰레기를 포착한다. 이날 오후 의자에 앉아 브리핑을 기다리던 유가족이 물병을 비우자 지나가던 자원봉사자가 귀신같이 알고는 유가족에게 다가가 플라스틱 공병을 받아냈다. 유가족이 "괜찮다. 제가 버리겠다"고 해도 자원봉사자는 "제가 괜찮다"며 봉투에 공병을 수거했다.

이날 오전 5시30분에 서울에서 출발해 홀로 봉사하러 온 윤모씨(27)도 찬바람을 맞으며 입구 의자를 닦았다. 그는 "서울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다녀오니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왔다"며 "청소하는 데 어려운 것은 없고 할 수 있는 일을 최선 다해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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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청사에서 자원봉사자가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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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자원봉사센터 소속 김예복씨(69)도 이날 아침부터 화장실 변기를 닦는 일은 물론이고 재활용품을 분리수거도 맡았다. 봉사자들은 1층, 2층 구역을 나눠 청소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유가족이 머무는 쉘터 쪽에서는 특히 유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하자는 봉사 지침도 있다"며 "의, 식, 주와 관련된 모든 것을 신경 쓰고 있다. 어려운 일 겪고 자란 광주 시민 정신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청소할 때는 대화도 나누지 않고 열중했다. 곡성 자원봉사센터 소속 조모씨(65)는 2시간 동안 차를 타고 이날 오전 9시30분 공항에 도착한 뒤 조끼만 입고 청소에 매진했다. 조씨가 의자에 겨우 걸터앉은 시간은 오전 11시30분. 같이 온 동료 봉사자들과 잠깐의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지고 다시 청소하러 나섰다.

조씨는 "유가족이 불편하지 않게 동료 봉사자들과도 최대한 조용히, 눈으로 사인을 주고 받으며 봉사했다"며 "청소를 하다 보면 공항 구석구석 가게 되는데 유가족들이 아파하는 숨소리, 말소리를 듣는 것이 감정적으로 힘들다. 몸은 힘들지 않다"고 했다.

이날 낮 공항에 도착한 서모씨(40)도 "공항에 청소 봉사하러 왔는데 공항이 워낙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어서 놀랐다"며 "현장에서 다들 각자 역할을 하고 있다. 나도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다.

무안(전남)=김미루 기자 miroo@mt.co.kr 무안(전남)=이찬종 기자 coldbell@mt.co.kr 무안(전남)=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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