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기가 전복돼 척추와 골반이 부러지고 급성 출혈 증상을 보이며 실려 온 80대 환자는 의식을 되찾은 뒤 집에 보내달라고 쩌렁쩌렁 소리를 지른다. 자기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날린다. 하지만 그는 죽음의 고비를 넘긴 신호라고 받아들이고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모든 노력을 다해도 살리지 못하고 환자를 떠나보낼 때는 고인의 감긴 눈에 손을 올리고 짧은 기도를 올릴 수밖에. 축대 붕괴 현장에서 토사에 파묻혔다가 실려 온 환자에게 30분 넘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지만 끝내 살리지 못한 채 찢긴 고인의 바지 주머니에서 삶은 계란 하나를 발견하고 그의 고단했던 일생을 짐작해본다.
허윤정/ 시공사/ 1만6000원 |
“아무것도 아닌 죽음은 없다. 하나의 생명이 존재하던 세상과 그것이 사라져버린 세상은 완전히 다른 우주다. 때문에 나는 그 생명 하나하나가 별빛이 되어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 내는 장면을 모조리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로 찰나였음에도 가슴에 강렬히 새겨졌다.”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조교수인 저자는 책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응급 환자를 살리기 위해 분투한 경험을 진솔하게 담았다. 권역외상센터는 각종 중증외상 환자에 24시간 365일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 의료인력과 장비를 갖춘 치료 시설로, 병원 내에서도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일분일초를 다투며 긴박하게 분투하고 있는 ‘진짜 의사’ 외상외과 의사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김용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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