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체포 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대환 부장검사 등 수사관들이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 영장 집행에 실패한 뒤 관저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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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대통령 경호처가 벌인 ‘5시간 30분’ 대치 상황은 상당 부분 공수처가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란죄 수사권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까지 시도한 것은 무리했다는 것이다. 조사 방법과 장소, 시기 등에 대해 협의와 조율 과정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다.
그래픽=박상훈 |
◇수사권 논란에 ‘판사 쇼핑’ 논란도
당초 윤 대통령 수사는 검찰·경찰·공수처가 경쟁적으로 벌이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공수처로 일원화했다. 공수처가 공수처법을 근거로 중복 수사에 대한 ‘이첩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검찰과 마찬가지로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정도다. 윤 대통령 측도 이 점을 문제 삼아 공수처의 소환과 체포에 불응했다.
공수처는 또 법이 정한 관할 법원(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청구해 ‘판사 쇼핑’ 논란도 불렀다. 공수처는 범죄 장소나 피의자 주소 등을 고려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 수사를 놓고 수사기관들이 경쟁을 벌이다가 성급하게 공수처로 일원화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형소법 배제에 ‘과잉 영장’ 논란
공수처가 관할 법원을 피해 체포 영장을 청구한 서울서부지법의 이순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적시해 논란이 됐다. 이 조항들은 ‘군사상·직무상 비밀에 관한 곳은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 수색할 수 없다’는 것으로, 경호처가 공수처의 대통령 관저 수색을 막는 법적 근거다. 공수처는 영장 청구 때 이 조항들을 배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대법원을 항의 방문해 “이 부장판사가 형사소송법 배제를 영장에 기재한 것은 사법부의 신뢰를 철저히 짓밟는 것”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사가 자기 판단으로 법률을 배제한다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이는 삼권분립 위배”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형사소송법 110·111조는 물건 압수 수색에 관한 조항이어서 윤 대통령 체포 과정엔 어차피 적용되기 어렵다”며 “이 부장판사도 이런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넣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경찰 대동한 무리한 영장 집행?
공수처는 체포 영장 청구와 발부, 집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언론에 알리며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지난달 31일엔 대통령 경호처에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공무 집행 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장’도 보냈다. 현직 부장검사는 “체포 영장은 밀행성이 생명인데, 공개적으로 ‘집행할 테니 협조하라’고 알리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
공수처는 또 체포 영장 집행에 경찰 특별수사단 수사관 100여 명을 동원했다. 윤 대통령 측은 “경찰이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경비 업무를 하는 경찰기동대 병력이 수사 업무인 영장 집행에 가담한 것은 1급 군사기밀 보호 시설 침입, 특수 공무 집행 방해 등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날 관저 주변에 경찰기동대 2700여 명이 배치됐지만 시위대의 사고 예방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상황에 대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의 일방적인 체포 시도는 혼란과 충돌만 부를 뿐”이라며 “법 집행을 강행할 게 아니라 윤 대통령 측과 조사 시기와 방식을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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