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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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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경보·대피·진화 ‘삼박자’…분당 BYC 빌딩 화재 310명 구조·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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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당국 “희생·중상자 없어”…30여분 만에 초진

70명 대피, 240명 현장 구조…1시간여 만에 완진

5차례 인명검색…연기흡입 등 35명 인근 병원 이송

“1층 식당 주방서 발화, 배기덕트로 연소 확대 추정”

지하 수영장서 초등생 20여명 강습 등 아찔한 순간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경기 성남시 복합상가 화재는 심각한 인명 피해 없이 단순 연기흡입자 등 경상자 35명만 나온 채 마무리됐다. 소방 당국은 5차례 인명 수색을 했지만 추가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300명 넘는 상가 이용자들의 질서 있는 대피와 신속한 화재경보기 작동, 소방 당국의 기민한 화재 진압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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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화재 현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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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후 4시37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BYC 빌딩 1층의 김밥집 주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이 주방의 배기 덕트를 타면서 연소가 급격히 확산했고, 1층을 중심으로 시뻘건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 연기가 건물을 휩싸면서 화재 신고만 1148건에 달했다.

당시 지하 1층 수영장에선 초등학생 20여명이 수영 강습을 받고 있었다. 강습을 받던 초등학생 A군은 “선생님이 갑자기 ‘물에서 빨리 나와서 탈의실로 가라’고 해서 급히 나와 옷을 갈아입었다”고 기억했다. 이들은 교사의 안내로 지하 5층으로 계단을 이용해 내려왔다가 출동한 소방관과 함께 건물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찔했던 상황은 건물 곳곳에서 이어졌다. 빌딩 6층에선 ‘구조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A4 용지가 창문에서 쏟아져 지나던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BYC 빌딩 맞은편 건물에서 이를 지켜본 40대 B씨는 “네다섯명이 종이를 날리며 ‘살려주세요’를 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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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복합 상가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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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 7층에서 근무하던 C씨는 “급히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불길이 잡힌 뒤 소방관의 안내를 받아 계단으로 걸어 내려왔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방 당국의 대응도 눈에 띄었다. 소방 당국은 오후 4시41분 선제적으로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2분 뒤 대응 2단계로 상향했다. 대응 2단계는 8∼14개 소방서에서 51∼8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인근 소방서에서 장비 84대와 인력 268명이 도착해 본격적인 진화 작업이 시작됐고 오후 5시17분 큰 불길을 잡는 초진에 성공했다. 오후 6시1분을 기해 진화 작업이 완료되면서 불길도 완전히 잡혔다.

불이 난 건물은 지하 5층~지상 8층짜리 연면적 2만5000여㎡ 규모이다. 사용 승인 20년이 된 곳으로 지하 1~5층에 주차장과 운동시설, 음식점 등이 있고 지상 1~8층에는 음식점과 병원, 판매시설, 근린생활시설, 의원, 소매점 등이 자리한다. 분당선 야탑역 인근에서 규모가 큰 건물 가운데 하나로 이용자 역시 많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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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의 8층짜리 복합건물 1층 음식점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벽면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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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당국은 이날 화재 현장에서 240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70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고 설명했다. 구조와 대피 과정에서 연기흡입 등으로 경상을 입은 사람들이 나왔으나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을 입은 35명은 분당제생병원 등 9개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다.

특히 옥상에선 150명이 구조됐는데, 이들은 질서 있게 계단을 통해 올라갔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지상 6층과 5층 업무시설에서 각 20명, 지하 1층 수영장에서 20명, 지하 5층 주차장에서 30명이 구조됐다. 스스로 대피한 70명은 앞서 걸어서 건물 바깥으로 나오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 측이 화재경보기 작동 등 긴급 상황에서 조치를 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도 “진화 및 구조 작업이 신속히 이뤄진 데다 건물 내에 있던 사람들이 재빠르게 대피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했고 배연도 잘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4일 오전 현장 감식을 통해 자세한 화재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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